유인촌 "국악계 반발에 상처…예술의전당 전속단체 추진"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오히려 상처를 많이 받았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1일 신임 국립국악원장 후보에 문체부 관료가 포함된 것을 두고 국악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이렇게 속상해했다.

유인촌 장관은 이날 경기도 가평에 있는 캐나다전투기념비에서 열린 한국-캐나다 가평전투 소재 공동 창작 뮤지컬 발대식 출장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립국악원의 미래를 위해 조직 및 예산 확대 개편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추진한 일”이라면서 “애정을 갖고 신경을 쓴 일이 엉뚱한 쪽으로 번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체부는 민간 국악인 전문가만 국립국악원장에 지원할 수 있는 기존의 경력 개방형, 연구직 직제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고 보고, 지난해 12월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공무원도 지원할 수 있도록 개방형과 일반직 직제로 개편했다.

유 장관은 “국악인 자리를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을 보내려고 바꾼 건 더더욱 아니다”며 “국악계 스펙트럼을 넓히고 변화를 반영해 미래를 보고 열어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악인이 아니면 응모하지 못한다는 것은 요즘 시대에 맞지 않다. 국악원 직원도 공무원 신분”이라면서 “지금 상태만 유지하려고 하면 예산을 확보할 수도, K국악의 확산은 없다.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난해 7월 국악진흥법이 시행됐고, 국악 발전 및 진흥계획을 추진할 중심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제대로 역할을 할 원장을 뽑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악계 일각에서는 국악원장의 자리가 특정학교 출신의 전유물이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역대 국립국악원장 19명 중 문체부 출신 3명(5대 천영조, 8대 김광락, 9대 이웅호)을 제외하고는 국립국악고에 서울대 국악과 출신으로 국악계 카르텔을 꼬집는다.

국악계 한 관계자는 “국악원장은 국악계 원로들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K국악이 세계로 뻗어 나가려면 유능한 인재를 뽑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유 장관은 문체부 고위직 내정설과 관련해선 “국악원장 임명은 문체부가 하는 것이 아니고 대통령 결재 자리”라며 “인사혁신처에서는 누가 후보군에 올랐는지 내가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는다. 국악 발전 방향과 달리 논의가 흐려지고 있다”고 답답해 하면서 “국악계 의견을 모아보고 ‘건들지말라’고 하면 그대로 가겠다. 원하지 않다면 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노력을 더 하겠다. 집중적으로 국악원 직원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보겠다”

유 장관은 이 자리에서 문체부 산하 기관인 예술의전당의 제작 극장화 작업 계획도 밝혔다.

그는 “예술의전당에는 전속 예술단체가 없다. 대관사업만 한다”면서 “큰 공연장을 운영하는 곳에서 전속 단체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자신만의 색깔을 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예산도, 우군도 생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립예술단체들이 지방으로 이전하고, 지역 분관은 앞으로 법인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예술의전당도 전속단체를 만들면 그만큼 일자리가 생겨난다. 예술가들의 비빌 언덕을 만들어가자는 것”이라고 했다.

역대 국립국악원장 19명 가운데 문체부 출신 3인(자료=국립국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