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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운용사 관계자는 “요즘 인수를 위해 기업들을 만나다 보면 대부분 MBK 사례를 의식한다”며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해 중장기적으로 밸류업을 도모하고, 협력적 거버넌스를 설계하는 운용사임을 강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내 바이아웃 시장은 여전히 ‘경영 능력’을 갖춘 운용사가 드물다는 시선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실제 수치는 이와 다르게 나타났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PEF의 경영권 인수 거래 규모는 약 186억 달러(한화 약 27조원)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 일본에 이어 한국이 뒤를 잇는 셈이다.
최근에는 MBK 사태의 여파로 인수금융과 관련한 규제 강화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일부 PEF들은 경영권 거래에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PEF 관계자는 “사실상 금융당국이 인수금융에 대한 심사를 더 깐깐하게 하겠다는 메시지를 업계에 던진 셈”이라며 “대출 한도나 거래 구조에 제약이 생기면 실질적인 바이아웃 실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영권 인수 후 공시 책임도 강화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딜 자체를 미루는 게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낫다는 판단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모펀드의 개입이 반드시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 오너 중심의 폐쇄적 경영문화와 충돌할 경우, 오히려 경영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PEF가 진정한 경영 파트너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책임경영과 지속가능성을 증명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하우스들은 아예 경영권 인수를 위한 투자를 당분간 미루는 선택을 하기도 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부 운용사 내부에서 ‘굳이 지금 시장에서 경영권 딜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며 “불확실성 해소와 여론 회복 이후 다시 본격적인 바이아웃 전략이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국내 사모펀드들은 ‘기업 사냥꾼’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장기적 가치 창출 파트너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도 PEF 운용사 간 차별화된 운용 전략과 책임 있는 기업 관여 방식이 시장에서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