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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연은 전기차 배터리나 반도체, 전자소자에 쓰이는 핵심 원료다. 다만 천연흑연은 낮은 결정성과 높은 불순물 함량으로 정밀 산업용으로 쓰기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고순도·고전도성·고결정성을 갖춘 인조흑연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한국은 대부분을 해외 수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태희 교수팀은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에 산화 안정화·흑연화 공정을 적용, 기존 흑연보다 결정성이 1.3배, 전도성이 1.6배 높은 고성능 인조흑연을 만들었다.
연구팀이 만든 인조흑연은 가공성도 뛰어나다. 3D 프린팅용 페이스트, 유연 전극, 광열 필름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바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또한 고품질 그래핀 산화물(GO)의 합성까지 가능해 미래형 나노소재 산업의 핵심 원료로도 쓸 수 있다.
기술의 실용성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연구팀은 실제 사용된 폐비닐을 활용한 공정에서 실험실 수준의 샘플과 동등한 품질의 인조흑연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기술은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폐기물 혁신으로 평가될 수 있는 기술적 전환점을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한양대는 연구팀의 이번 성과가 국가적 전략 소재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은 현재 천연·인조흑연의 약 98%를 해외 수업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이로 인한 공급망 불안은 배터리·반도체·전자소자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교수팀의 이번 연구 성과는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고성능 흑연의 국내 생산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Advanced Science) 4월 11일 자에 게재됐다.
한태희 교수는 “이번 기술은 플라스틱을 환경문제가 아니라 미래 자원으로 바라보는 전환적 시각에서 출발한 결과”라며 “한국의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