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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에서 사라진 2조원…회계 미스터리

이소현 기자I 2025.03.21 16:42:21

FT, 테슬라 회계부정 의혹 제기
테슬라 내부 통제 문제 가능성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행보로 인해 테슬라 판매량과 주가가 급락하는 가운데 테슬라의 재무제표에서 발견된 수상한 점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2024년 10월 27일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유세에서 테슬라 CEO 겸 X 소유주 일론 머스크가 무대에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테슬라는 2024년 하반기 동안 설비투자로 63억 달러(약 9조2100억원)를 지출했지만, 대차대조표상 자산 가치는 단 49억 달러(약 7조1600억원)증가하는데 그쳤다”며 “약 14억 달러(약 2조원)의 자금이 흔적 없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자산에 대한 감가상각과 자산 총액을 모두 공개하고 있어 순자산 가치를 계산할 수 있다. 테슬라는 인공지능(AI) 인프라, 로봇, 컴퓨팅, 배터리 분야에 매년 최소 1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인 가운데 실제로 지난해 63억 달러를 설비투자에 지출했다. 그러나 대차대조표상 설비, 부동산, 장비 가치는 49억 달러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일반적으로 설비투자는 자산 가치 증가와 일치해야 하지만, 테슬라의 경우 14억 달러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비슷한 기간에 미국 대표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3년간 300억 달러(약 43조8600억원)를 투자했고 140억 달러(약 20조4700억원)의 자산을 매각해 160억 달러(약 23조3900억원)의 순자산 증가를 기록했다. GM처럼 명확한 회계 일치를 보이는 기업과 비교하면, 테슬라의 회계 불일치는 더욱 눈에 띈다고 FT는 지적했다.

루지 하일 워튼 스쿨 회계학 교수는 FT에 “대차대조표의 자산 변화와 실제 설비투자가 항상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며 “기업이 특정 자산을 매각했을 경우, 우리는 그 자산의 장부상 가치(감가상각)까지 완벽히 알 수 없다. 또 M&A(인수합병)나 환율 변동 등의 요인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FT는 테슬라는 자산 매각이나 중대한 자산 손상을 보고하지 않았고 또 회사의 주요 생산시설이 미국(80%)과 중국, 독일에 분포하고 있어 환율 요인이 14억 달러의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FT는 “테슬라의 역사적 데이터를 살펴봐도 이 정도 차이는 흔치 않다”며 “2019년 이후 매 분기 설비투자와 자산 가치 증가를 비교한 결과 이 같은 대규모 불일치는 2021년 13억 달러(약 1조9000억원) 증가한 사례를 제외하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FT는 “이러한 이상 현상은 내부 회계 통제 문제나 부적절한 비용 분류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다”며 “운영비를 투자비로 분류하면 단기적으로 이익을 부풀리는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FT는 테슬라의 현금 흐름도 논란의 대상이라고 짚었다.

2023년 테슬라는 150억 달러(약 21조9300억원)의 영업 현금흐름을 창출했고, 110억 달러(약 16조820억원)를 사업에 재투자했다.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자사주 매입도 하지 않았지만 2023년 26억 달러(약 3조8000억원), 2024년 39억 달러(약 5조7000억원)의 신규 자금 조달을 단행했다.

FT는 “영업 현금흐름이 흑자인데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점이 또 다른 의문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대규모 투자를 감안한 자금 조달일 수도 있지만, 잉여 현금을 보유한 상태에서도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은 의심을 살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야첵 벨크 베를린 SRH 응용과학대학 재무학 교수는 “운영 현금흐름이 건전한 기업이면서도 지속적으로 대규모 신규 부채나 주식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패턴은 과거 회계 부정 사건에서도 자주 나타났다”며 “독일 와이어카드, 미국 상장 중국 기업 롱톱 파이낸셜 테크놀로지스, 영국 병원 체인 NMC 헬스 등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테슬라는 이에 대한 논평 요청을 거부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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