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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는 선고에 혼돈의 탄핵정국…반전의 시간인가, 희망고문일까

김기덕 기자I 2025.03.19 15:38:14

오늘 헌재 고지 없으면 다음주 선고 유력
이재명 2심 이후 선고시 정치색 논란 예상
인용·기각시 종결…각하시 탄핵 재추진 가능성
"헌재 결론에 불복시 내전 준하는 정국 혼란"

지난 8일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탄핵 선고를 둘러싼 온갖 소문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극단적 대립 상황인 정국 혼란 최소화를 위해 만장일치의 탄핵 인용을 이끌어내기 위한 시간이라는 관측과 헌재 내부 법리 논쟁으로 결국 기각·각하로 결론이 날 것이라는 보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어떤 결론이 나든 정치권의 승복 합의가 없으면 사회적 분열과 갈등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2심·한덕수 선고 변수…다음주 예상도

19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헌재 심리가 95일째를 맞아 역대 대통령 사건 중 최장 기록을 또다시 넘어섰다. 종전 최장 기록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은 9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이 걸렸다.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사례를 보면 최종 변론 이후 2주가량 지난 시점에 선고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 사건도 당초 지난주에 선고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3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통상 헌재는 2~3일 전에 선고일을 청구인 측과 피청구인 측에 통지한다. 만약 이날 오후까지 아무런 고지가 없으면 다음 주로 선고는 또다시 밀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번 주 후반인 20일이나 21일 중 선고일을 공지하면 다음 주 초반, 그러지 못하면 26∼28일께 선고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지 95일째인 19일 서울 종로구 헌재 담장에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여권 일각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선고일(3월 26일) 이후에 헌재가 결론을 낼 것으로 점치고 있다. 탄핵 반대 집회를 앞장서고 있는 여당 중진인 윤상현·나경원 의원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단 한 차례로 변론을 종결하며 헌재 기각 의견이 우세한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이 윤 대통령보다 먼저 또는 같은 날 동시에 선고가 이뤄질지도 관심 사안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은 기각 가능성이 높으나 여론을 고려해 헌재가 선고 시기를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조기 대선시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 대표 2심 이후에 헌재가 선고를 내리면 정치색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전에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관 정치 성향 논란도…“여야 승복메시지 발신해야”

헌재가 인용, 기각, 각하 세 가지 선택지를 놓고 어떤 결론을 낼지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판관 8명 만장일치 인용, 재판관 3~4명이 절차적·실체적인 문제 제기로 소수의견을 냄으로써 각하·기각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윤 대통령 파면이 결정되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앞선 헌재의 선고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안은 재판관 8대 0 전원일치로 기각됐다. 앞서 지난 1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은 4대 4 판단으로 기각이 결정됐다. 이 위원장의 경우는 민주당이 지명했던 진보 성향의 3명(문형배·이미선·정계선)과 중도 성향의 정정미 재판관이 인용을, 윤석열 정부 들어 임명됐던 보수·중도 보수 성향의 4명(김형두·김복형·조한창·정형식)은 기각 결정을 내렸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 및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열린 가운데 헌재 재판관들이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비공개 평의를 거듭하는 헌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미 탄핵 심리 과정에서 헌재 재판관들의 정치 성향 논란으로 홍역을 겪은 데다 과거 사례와 달리 탄핵 찬반이 국론 분열 수준으로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헌재가 실체적인 문제를 정리하면서 인용 또는 기각 결정을 내리면 탄핵 사건은 종결되지만, 절차적인 문제를 따지는 각하 결정을 내릴 경우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을 적용받지 않아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탄핵소추를 재추진할 수도 있다.

여야는 삭발, 단식투쟁, 장외 집회 등 여론전을 펼치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양측 진영이 탄핵 선고 이후 이를 불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국을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금이라도 여야가 합의 하에 승복메시지를 담은 공동 메시지를 발신하거나 합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여론을 계속 호도하면 선고 이후에 정국이 내전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서울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은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연 15차 범시민 대행진, 오른쪽은 서울 세종대로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가 연 광화문 국민대회.(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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