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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탈 인수 재추진'…한화, 정공법 대신 지분매입 이유, 셋

하지나 기자I 2025.03.20 15:24:14

'전략적 투자' 내세운 우회 전략
장기전이지만, 실수 최소화 판단
美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공략
규제당국 승인+이사회 설득 염두
호주 정부와 두터운 '방산' 신뢰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한화그룹이 한 차례 무산됐던 호주 방산기업 오스탈 인수에 다시 나서며 글로벌 시장 확장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에는 직접적인 경영권 인수라는 정공법 대신 지분 매입을 통한 파트너십 구축이라는 우회적 방식을 택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최근 오스탈 지분 9.9%를 매입했다. 이어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지분을 19.9%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60%와 40%의 지분을 보유한 호주 현지법인을 통해 오스탈 인수를 추진 중이다. 최근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를 통해 호주 현지 자회사 ‘HAA No.1 PTY LTD’에 각각 2027억원, 642억원을 투입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한화오션을 통해 오스탈 인수를 시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당시 한화오션은 오스탈 경영진, 이사회와의 협상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스탈 측은 실사 허용 조건으로 휴업 수수료 지불을 요구하는 등 협상 과정에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한화그룹이 다시 오스탈 인수에 나선 것은 그만큼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해 12월 한국기업 최초로 미국 필리 조선소를 인수하며 미국 조선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현재 미국은 ‘존스법’과 ‘번스-톨리프슨 수정법’을 통해 자국 조선업을 보호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지 조선소 인수가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다.

특히 오스탈은 미 해군의 4대 핵심 공급업체 중 하나로, 매출액의 80%가 미국 앨라배마 조선소를 통해 발생한다. 50만㎡ 규모의 이 조선소는 주로 해군과 해안경비대(USCG) 등의 군함을 제작하는 데 특화돼 있다.

한화그룹은 오스탈 추가 인수를 통해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오스탈은 호주 서부 헨더슨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필리핀, 베트남 등에도 조선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는 이번 지분 매입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전략적 투자’를 내세우고 있다. 추가 자본 투자 및 기술 교류 등 상호 협력 가능성을 시사하며 오스탈 측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향후 절차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지만 동시에 한화의 확고한 인수 의지를 보여준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핵심 변수는 규제 당국 승인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다. 호주 상법상 외국인 투자자가 10% 이상의 지분을 얻으려면 호주외국인투자심사위원회(FIRB)의 승인이 필요하다. 일단 한화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호주와의 방위산업 협력을 통해 두터운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9월 호주 ‘길모어 스페이스’와 우주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으며, 같은 해 8월에는 호주 질롱에 자주포와 장갑차 생산 공장 ‘H-ACE’를 완공했다. H-ACE는 한국 방산업체 최초의 해외 생산기지 설립 사례로 꼽힌다.

오스탈 경영진 및 이사진의 설득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 현재 한화는 이번 지분 매입과 함께 오스탈 이사회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전했으나, 오스탈 측은 이를 일축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스탈 이사회 의장 리처드 스펜서는 “현재 (한화) 지분율로는 이사회 진입 자격이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오스탈의 주요 주주인 앤드류 포레스트와 니콜라 포레스트의 향후 입장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이들은 투자사 타타랑을 통해 총 19.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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