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X

'캐즘' 못 피한 LG전자, 전기차 충전기 3년만에 접었다

조민정 기자I 2025.04.22 15:39:04

자회사 하이비차저 인수 후 3년만에 철수
美텍사스 공장 중단…전환 시나리오 검토
선택과 집중 전략…HVAC 중심 B2B 힘줘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LG전자가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 장기화 여파 탓에 3년 만에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접었다. 사업 환경 변화 탓에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전략적 리밸런싱(사업 재편) 차원에서 결단을 내렸다. LG전자는 새 먹거리로 부상한 냉난방공조(HVAC) 사업 등에 더 힘을 쏟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이어갈 방침이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LG전자는 에코솔루션(ES)사업본부 산하의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전기차 충전기 제조를 담당하는 LG전자의 자회사인 전기차 충전기 전문업체 하이비차저는 전날 임시주주총회에서 해산을 결의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이에 따라 관련 업무를 했던 ES사업본부 산하 EV충전사업담당 인력들은 LG전자 내 다른 사업 조직으로 전환 배치된다. 전기차 충전 사업의 첫 해외 생산 거점으로 지난해 1월 본격 가동한 미국 텍사스 공장은 이미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해당 공장에서 다른 제품을 생산하거나 자재·서비스 창고로 활용하는 등의 전환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LG전자는 2018년 일찌감치 전기차 충전 솔루션 선행 개발에 착수하며 공을 들여왔다. 친환경 규제 강화와 완성차 업계의 전동화 전략 가속화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LG전자는 2022년 하이비차저(구 애플망고)를 인수하고 중소기업 스필에서 충전기 제조사업을 추가로 사들이며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알렸다. 같은 해 조직개편을 통해 해당 사업을 전담하는 EV충전사업담당을 신설하기도 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성장세가 큰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을 겨냥했지만 LG전자는 전기차 캐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줄면서 실적에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하이비차저는 지난해 매출 106억원, 영업손실 72억원으로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냈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는 ‘의견거절’을 받았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2023년 기자간담회 당시 신성장 동력 중 하나로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꼽으며 힘을 줬지만, 수익성 확보에 실패하며 철수 결정을 내렸다.

LG전자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가정용·상업용 에어컨 △칠러 △히트펌프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등 HVAC(냉난방공조) 사업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HVAC은 난방, 환기, 냉방을 통합한 시스템으로, 실내 온도와 공기 질을 관리하는 열관리 기술이다. 최근 LG전자가 B2B 사업의 주요 축으로 삼고 있는 분야다.

조 CEO는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존 신사업은 다소 불확실성이 높아도 과감하게 추진했지만, 시장 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이런 방식으로는 성공을 담보하기 힘들다”며 “제품과 기술 노하우를 기반으로 인접 영역으로 신사업을 확대하는 선택과 집중형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를 방문해 직접 HVAC 사업을 점검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종료하더라도 공급처 대상 유지보수 서비스는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하이비차저 지분 40%를 보유한 GS그룹도 제조업에서 손을 떼지만 GS차지비 중심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은 이어간다. LG전자 관계자는 “관련 핵심 역량을 활용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접 영역에서 사업 기회를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LG전자 전기차 충전기.(사진=LG전자)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Not Authoriz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