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부품도 유예될까…일단 환호하는 시장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상승마감하는 등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관세 면제를 환호했다. 지난 9일 상호관세 90일 유예에 이어 지난 11일 전자제품이 상호관세서 제외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기술주가 힘을 얻은 덕분이다. 관세 직격탄이 예상됐던 애플, 델, 마이크론 등이 2~3%대 강세를 보였다. 알리바바와 핀둬둬 등 중국 기술주도 5%대로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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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젠트캐피털매니지먼트의 제드 엘러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 9일 상호관세 90일 유예, 11일 전자제품 상호관세 제외 등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극단적인 관세 제안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는 작지만 반가운 소식”이라고 평했다.
반도체·의약품 품목관세 부과 수순
그런가 하면 미국 상무부는 연방관보를 통해 반도체와 의약품 수입이 각각 미국의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지난 1일부터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이와 관련해 오는 16일부터 약 21일 간 각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반도체 조사는 인공지능(AI) 응용 분야에서 사용되는 범용 칩과 최첨단 칩의 수입을 모두 평가한다. 모든 종류의 반도체 및 제조 장비, 관련 부품도 포함한다. 상무부는 이와 함께 외국 정부의 보조금 등 불공정 무역관행 등에 대한 의견도 요청했다. 의약품 조사 또한 복제약까지 포함해 완제 의약품 전반과 성분, 핵심 의약품 원재료의 수입 및 공급망 현황을 함께 살펴볼 예정이다.
이번 조사는 ‘무역확장법 232조’(이하 232조)를 근거로 한다.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을 끼칠 경우 긴급하게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미국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상무장관은 270일 이내에 조사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보다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전일 인터뷰에서 반도체 품목 관세가 “한두 달 안에 부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3개월 만에 철강·알루미늄, 자동차·자동차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 역시 232조를 활용했다. 구리와 목재에 대해서도 232조 조사를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와 의약품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미국 내 생산을 위해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관세 정책 혼란에 가계·기업 마비”
시장 참여자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글로벌트 인베스트먼트의 키스 뷰캐넌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2주 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등 무역 정책 방향성을 실시간으로 잡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서 “도대체 무슨 일이 지금 벌어지는지 우리 모두가 파악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라고 말했다.
미 국채 시장의 투매 현상은 일단락됐지만 달러화 가치는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유로화·엔화 등 6개국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46 내린 99.64에 거래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 여파로 달러 인덱스는 2023년 7월 이후 처음으로 100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 1월에만 해도 달러 인덱스는 110선 가까이 치솟았다.
이날 재닛 옐런 전 미국 재무장관은 미 경제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최근 채권 시장 혼란과 약달러에 대해 “미국 경제 정책에 대한 신뢰 상실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전임 대통령인 조 바이든 행정부 아래서 재무부를 이끌었던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완전히 혼란스럽다”며 “이 불확실성은 가계와 기업의 계획 수립을 거의 불가능하게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