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초’ 수준으로 되돌아간 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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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21.9원 내린 1428.0원에 개장했다. 지난 12일 새벽 2시 마감가(1421.0원) 기준으로는 7.0원 올랐다.
개장 직후 환율은 하락 폭을 확대하면서 1423.7원으로 내려갔다. 이는 장중 저가 기준으로 비상계엄 사흘 후인 지난해 12월 6일(1414.7원) 이후 약 4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후 환율은 다시 반등하며 오전 10시 59분께 1431.9원까지 올랐다. 오후에는 소폭 내려 1420원 중후반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주 미국과 중국은 각각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45%, 125%로 세 자릿수로 올려 잡았다. 다만 양국은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치킨게임’은 일단락 됐다.
하지만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는 13일(현지시간)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가 머지않은 미래에 시행될 것이라면서 관세율은 다음 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는 반도체, 스마트폰을 포함한 전자제품을 상호관세와 10% 보편관세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했으나, 다시 번복한 것이다.
일관성 없고 과격한 관세정책에 달러화는 급락하고 미국 국채금리는 치솟고(가치 하락), 증시는 조정을 받으며 미국을 떠나는 투자자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년 9개월여 만에 100선을 밑돌고 있다. 미국 경제의 침체 우려와 함께 트럼프 관세 정책과 이에 따른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도 하락 영향으로 풀이된다.
달러가 급락하자 안전자산의 대체 통화로써 엔화와 유로화는 강세다. 최근 달러·엔 환율은 150엔대에서 142엔대로 급락했다. 유로·달러 환율도 1.09달러에서 1.13달러까지 치솟았다.
국내증시는 상승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여전히 순매도하며 환율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600억원대, 코스닥 시장에서 200억원대를 팔고 있다.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약세는 원화에 복병이다. 현재 달러·위안 환율은 7.30위안대로 반등하며 달러 대비 약세다. 미중 관세전쟁의 방어 카드로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는 분위기다. 최근 원화는 달러보다는 위안화와 상관관계가 높았던 만큼, 위안화 약세가 환율 하락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약달러 지속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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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에 대한 회의감과 의구심이 있어서 달러와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한 측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연말까지 달러 약세가 진행되면서 원화도 방향성이 무관하지 않을 것이지만, 위안화가 상하단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상호관세 혼선 지속에 따른 달러 약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더욱이 4월 중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재무부 환율 보고서에 주요국 통화에 대한 절상 요구가 담겨져 있을 경우 유로화와 엔화 가치의 추가 강세로 이어지면서 원화 가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금리 상승 및 재정지출에 보수적인 정부 스탠스를 고려하면 달러의 추가 하락 전망이 유효하다”며 “달러와 원화의 갭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 강세)하며 맞춰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