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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미 전역 800곳이 넘는 지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손을 떼라’(Hands off)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 “왕은 없다” “트럼프를 거부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행보를 비난하고 탄핵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과거 두 차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했다가 역풍을 맞은 경험이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의원들이 탄핵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첫 테이프는 앨 그린(텍사스) 민주당 하원의원이 끊었다. 그는 지난 5일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을 다윗과 골리앗에 비유하며 “앞으로 30일 이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애덤 시프(캘리포니아) 민주당 상원의원, 빌 포스터(일리노이) 민주당 하원의원, 쉬리 타네다르(미시간) 민주당 하원의원 등이 동참했다. 이들은 관세, 이민, 공무원 해고 등을 거론하며 “미국 대통령은 국가 전체 이익을 최우선시해야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정책을 사업 기회로 보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미 국민들 역시 레딧 등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이 가능한지를 놓고 활발한 토론을 펼치고 있다. 초당파 캠페인 ‘트럼프를 다시 탄핵하자’라는 온라인 서명 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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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이 견고한 데다, 의회 역시 공화당이 상·하원을 꽉 잡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 탄핵 절차는 우선 하원에서 탄핵소추안 발의→하원 법제사법위원회 탄핵 사유에 대한 조사→하원 본회의 표결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법사위의 탄핵 사유에 대한 조사가 첫 걸림돌이다.
미국 헌법 제2조 4항에서는 반란죄, 뇌물죄, 중대한 범죄 및 비행을 대통령 탄핵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중대한 범죄 및 비행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할 만큼 도덕적으로 심각한 결핍이 있어야 초당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해석 범위가 매우 넓어 소모적인 논쟁만 되풀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하원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도 쉽지 않다. 과반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현재 하원은 공화당(220명) 의원 수가 민주당(215명)보다 많다.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더라도 상원 문턱을 넘는 건 더욱 어렵다. 인용을 위해선 100명의 의원 중 3분의 2, 즉 67명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상원 역시 공화당(53명) 의원 수가 민주당(47명)보다 많다. 이는 공화당에서 이탈표가 최소 20표 나와야 한다는 의미다.
앞서 2019년과 2021년 실시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두 차례 탄핵 모두 상원에서 가로막혔다. 특히 2021년 상원에서 공화당 이탈표는 7표에 불과했다. 현실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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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법 복잡해진 민주당…중간 선거 이후 기회 엿볼듯
다만 이번 반트럼프 시위가 기존 반정부 시위와 다소 결을 달리 하고 있어 초당적인 연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관세 정책에 따른 물가 상승이나 증시 폭락 등 미 국민의 실생활과 직결되는 피해는 지지 정당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일부 정책들은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민주당은 지금 당장보다는 내년 중간선거 이후 기회를 엿보고 있다. 아직 인플레이션이나 경기침체 등 우려했던 상황이 가시화하지 않은 만큼 공화당원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아서다. 아울러 중간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여론의 심판 격이어서, 민주당이 상원 또는 상·하원 모두 탈환하면 정치적으로도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킴 제프리스(뉴욕)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탄핵은 당의 우선순위가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혔으며, 다른 의원들도 탄핵보다는 입법과 예산 협상을 통한 대응을 선호하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지난 4일 팟캐스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이 경기침체를 초래할 경우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완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