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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비관세 장벽 8가지 지목…韓에 협상압박 시사

정다슬 기자I 2025.04.21 16:24:48

트럼프 행정부 연일 비관세 장벽 압박
실질적 무역적자 해소에 '중점'
韓 환율 관찰대상국·부가세 문제삼을 듯
"美요구 중 받아들일 부분은 전향적 협상해야"

3월 3일 워싱턴 DC 백악관의 루스벨트룸에서 연설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부가가치세, 농산물 수입규제 등 8가지를 ‘비관세 부정행위’(Non-Tariff Cheating)라고 주장하며 관세 협상국들을 압박했다. 오는 24일 오후 9시(미 현지시간 오전 8시) 미국과 ‘2+2 고위급 통상 협상’에 나서는 우리나라에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비관세 협상에 ‘주력’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에 미국이 당해온 비관세 부정행위 8가지 유형을 공개했다.

그는 △통화조작(환율조작) △관세와 수출 보조금 역할을 하는 부가가치세(VAT) △원가보다 낮은 덤핑 △수출 보조금 및 정부보조금 등을 거론했다. 아울러 유럽연합(EU)의 유전자변형 옥수수 수입 금지를 예로 들며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농업 기준이 비관세 부정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의 볼링공 테스트를 예시로 들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 기준을 만든 대표적 비관세 장벽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조, 불법 복제 및 지적재산권(IP) 도용을 문제로 지적하며 연간 1조달러(1424조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고, 관세를 피하기 위한 환적도 비관세 무역 장벽으로 꼽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8가지 기준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상호관세 부과 근거로 내세웠던 내용을 다시 정리한 것에 가깝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9일 중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면서 국가별 협상에 나선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비관세 장벽이 핵심이 될 것임을 못 박은 셈이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EU의 ‘공산품 무관세’ 제안 등 각국이 제의한 관세 인하안보다는 비관세 장벽 완화 요구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관세 정책의 설계자로 알려진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은 지난 7일 CNBC 인터뷰에서 베트남의 대미 관세 철폐제안에 대해 “아무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비관세 사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23일 韓협상 개시…알래스카LNG·조선 ‘협상카드’로

특히 이번주 2+2 협상에 나서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어 실효관세율이 0%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요구사항은 더욱 비관세 장벽으로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3일 방미해 스콧 배센트 미국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와 만난다.

전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때이긴 하지만, 미국 재무부 2024년 11월 우리나라를 1년 만에 환율 관찰 대상으로 지정했다. 미국 재무부는 보통 4월 또는 6월에 상반기 환율보고서를 발표하는데 우리나라의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지난해 11월보다 더 낮아진 만큼, 관찰대상국 유지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를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카드로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부가세 역시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적으로 문제삼는 EU(20%)보다는 낮긴 하지만, 미국 판매세율보다는 높은 10% 부가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가가치세가 있는 국가들은 자국 기업이 수출할 때 이를 환급해주는 반면 미국산 제품이 이들 국가로 수입될 때는 세금을 추가로 부담하게 돼 매우 불공정한 세금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외 비관세 장벽에 대해서는 상호관세 부과 발표에 앞서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5 국가별 무역평가 보고서’(NTE보고서)에서는 상세하게 기술돼 있다. 특히 NT이에 따르면 자동차 시장 환경 규제, 미국산 소고기 30개월령 이상 수입제한 문제, 유전자변형작물(GMO) 규제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다만 미국이 원한다고 해서 이 같은 비관세 장벽이 손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관세 장벽은 한 국가의 문화, 정치, 오랜 관행에 따른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EU는 부가세는 디지털서비스법(DSA)이나 부가세 등을 건드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 지난주 첫 번째 공식협상에 나선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 역시 20일 NHK와의 인터뷰에서 “먹거리 안전을 양보하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본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만큼 여론을 크게 어긋나는 일은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 정부도 NTE 보고서에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 월령 제한 등이 거론되자 “미국 측 이해관계자가 매년 제기해 온 사항으로 기존 보고서와 유사하다”면서 우려 확산 차단에 나선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문제 삼은 비관세 장벽 중 우리나라가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을 골라 적극적으로 협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형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우리나라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투자와 조선을 콕 집어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나서서 협상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시 적극적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트루스소셜 별개 게시글에서 “그들은 수십 년간의 (미국에 대한) 부당 행위를 바로잡아야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가장 쉬운 길을 원하는 이들에게 할 말은 ‘미국으로 오라, 그리고 미국에 (생산시설을) 건설하라’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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