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작가
‘요즘 데세’ 세미나 특별강연
뻔하고 흔한 것 밴치마킹 말고
‘어디에도 없는 것’ 만들어야
 | 어제(27일)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 주최 ‘요즘 데세, 오늘의 데이터로 보는 내일의 여행’ 세미나 특별 세션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송길영 작가 (사진=이민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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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케이블카, 레일바이크, 출렁다리는 더 이상 관광객을 끌어모을 수 없습니다.”
어제(27일)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 주최 ‘요즘 데세, 오늘의 데이터로 보는 내일의 여행’ 세미나 특별 세션에서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작가가 한 말이다. 그는 “더 이상 ‘흔한 것들’로는 경쟁이 안 된다”라며 “이미 있는 것을 재탕하는 벤치마킹을 그만두라”고 단호하게 제언했다. 그가 제안한 해법은 간단하지만 명확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는 비틀스의 앨범 재킷에 등장하는 영국 런던의 에비로드 횡단보도를 예로 들며, 단 하나의 ‘맥락’만 있어도 전 세계 사람들이 찾아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에 등장한 골목길을 따라가는 투어 상품이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송 작가는 “우리 일상에 있는 것들에서 출발해 고유한 이야기로 바꾸는 것이 진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송 작가는 이어 “관광도 이제는 ‘심상’을 판다. 일상의 사소한 요소들이 외래객에게는 강력한 문화 코드가 된다”고 분석했다. K-컬처가 뜨고 있는 지금 솥뚜껑 삼겹살, 소맥, 인스타그램에 올릴법한 카페 모두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소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어제(27일)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 주최 ‘요즘 데세, 오늘의 데이터로 보는 내일의 여행’ 세미나 현장 (사진=한국관광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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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을 하기보단 딱 하나만 잘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송 작가는 일본 소도시 다카마쓰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일본의 한적한 소도시에 속하는 다카마쓰에는 우동집이 800개나 있고,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하루 세 끼 우동만 먹는다. 관광객들은 우동을 먹기 위해 이 소도시까지 비행기와 기차를 타고 간다. 애매한 걸 여러 개 하는 것보다, 딱 하나만 하는 게 낫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시”라고 설명했다.
국내 사례로는 경남 거제 앞바다의 작은 섬, 이수도를 언급했다. 1박 3끼 섬이라는 콘셉트로 운영되는 이수도는 인구가 100명이 채 안 되는 곳이다. 섬 주민들은 관광객 1인당 10만 원을 내면 이수도 앞바다에서 잡은 해산물로 만든 세 끼 식사와 숙박을 제공한다. ‘1박 3끼’로 인구소멸 지역에 속했던 평범한 어촌이 2030세대가 앞다퉈 찾는 여행지가 된 것이다. 송 작가는 “관광은 먹고 사는 것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라며 단순하지만 분명한 콘셉트가 지역 생존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 어제(27일)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 주최 ‘요즘 데세, 오늘의 데이터로 보는 내일의 여행’ 세미나 강연을 하고 있는 남궁우 카카오모빌리티 사업파트장 (사진=이민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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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발표에 나선 남궁우 카카오모빌리티 사업파트장은 외래관광객의 언어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글로벌 맵 ‘케이 라이드’의 이동 데이터 60만 건을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남 파트장은 “과거에는 홍대, 명동, 강남 등 전통적인 관광지에 외래객이 몰렸다면 지금은 영등포 문래, 여의도 더 현대, 성수동, 삼성 코엑스와 같은 ‘한국인의 일상적 여가 장소’가 인기”라고 설명했다.
국가별 선호 여행지 역시 확연히 갈렸다. 중국인이 제일 많이 간 장소는 제주도였다. 장소별로는 1위 면세점, 2위 제주 동문시장, 3위 함덕 해수욕장으로 나타났다. 일본인은 1위 광장시장, 2위 영등포구 백화점, 3위 강남구 한우 전문점 순으로 많이 찾았다. 남 파트장은 “일본인은 단순히 코리안 비비큐를 먹는 게 아니라, 한국인이 사랑하는 ‘한우’를 즐기기 시작했다는 것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미국인은 1위 강남구 복합 쇼핑몰, 2위 경복궁, 3위 광장시장을 제일 많이 방문했다. 남 파트장은 “전통적인 장소에서 ‘동양의 미’를 찾는 것이 미국인에게 여전히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관광업계 종사자에게 “외래객은 무엇을 좋아할까 무엇이 불편한가 같은 1차원적인 질문이 아닌 국적별 특성에 맞춘 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