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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배제" "개악안" 입모은 시민사회, 연금개혁 남은 과제는

이지은 기자I 2025.03.21 11:53:40

청년행동 기자회견…"미래세대에 927조 부채 떠넘겨"
양대노총 "공론화 통한 국민 요구는 소득대체율 50%"
여야, 차기 대권주자들 중심 '청년 부담 확대' 자성도
정부·국회 특위, 재정안정 조치 및 구조개혁 논의 지속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모수개혁을 중심으로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노후소득 보장 약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졸속합의’라는 비판까지 표출하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도 청년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연금개혁안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후속 작업에 착수하는 정부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법안 통과 과정에서 제기된 지적사항들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수영(왼쪽) 국민의힘 의원과 손영광(왼쪽 네 번째) 연금개혁청년행동 대표 등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연금개혁 법안 통과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래세대 927조 부채 떠넘겨”…“국민 요구는 50%”

연금개혁청년행동(청년행동)은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20일) 본회의 문턱을 넘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미래세대에게 막대한 부채를 떠넘기는 국민연금 개악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해당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쓸 것을 촉구하며 “연금개혁으로 가장 큰 피해자가 되는 건 미래세대이지만 논의 과정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됐기에, 청년들의 의견을 반영해 입법하고 연금특위를 구성해주달라”고 요구했다.

국회는 지난 20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국민연금법 일부개정안’을 재석 의원 277명 가운데 찬성 193명·반대 40명·기권 44명으로 가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보험료율(내는 돈)은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40%에서 43%로 인상된다. 군 복무에 대한 국민연금 가입 인정 기간(크레딧)은 현행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린다. 출산 크레딧의 경우 첫째와 둘째는 각각 12개월, 셋째부터는 18개월씩 인정하고 50개월 상한은 폐지한다. 저소득 지역가입자에 대해선 12개월 동안 보험료 50%를 지원한다. 국민연금의 안정적·지속적 지급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는 ‘지급 보장 명문화’도 반영했다.

청년행동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소득대체율을 1%포인트 인상할 때마다 현재 가치로 309조 원의 부채가 추가로 발생하는데, 어제 여야 합의는 미래세대에게 927조 원의 부채라는 큰 선물을 선사한 것”이라며 “젊은 사람들은 평생 내야 할 보험료가 생애 수천만 원이 증가했으나 기금이 고갈되는 시기는 결국 9년이 연장돼 노인이 됐을 때 연금이 없는 건 매한가지”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급보장 명문화에 대해서는 “국민연금 부채를 세금으로 보존하겠다는 뜻인데, 이 세금을 내야 하는 사람은 당연히 미래세대”라고 꼬집었다.

시민·노동단체의 반발은 잇따르고 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공적연금 강화를 열망하는 시민의 뜻을 배반한 졸속 합의안”이라고 비판하며 향후 특위 논의 과정에서 소득대체율 인상 계획과 노인 빈곤 완화를 위한 대책을 명확히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참여연대 역시 21대 국회 공론화 과정을 언급하며 “국민의 요구는 국민연금이 안정적 노후를 보장하려면 최소한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공동성명을 통해 ‘연금폭거’라는 규탄 메시지를 내고 소득대체율 추가 인상과 특고·플랫폼 노동자 사업장 가입자 전환 등의 방안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유일하게 환영 의사를 밝혔으나 차선책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이번 연금개혁 합의에서 가장 아쉬운 내용은 저소득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이 애매하게 남겨졌다는 점”이라며 ”도시지역 가입자에게 현재 농어민과 동일하게 대략 절반의 보험료를 지원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군·출산 크레딧은 지원이 사전에 이뤄지는 방향으로 수정해야 하며, 빈곤 노인의 소득보장을 제고하기 위한 ‘최저보장소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277인, 찬성 193인, 반대 40인, 기권 44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여야 ‘청년 부담 확대’ 자성…정부·국회 특위 논의 지속

정치권에서도 청년 세대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법안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분출하는 상황이다.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연금개혁안임에도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3040 청년의원들을 중심으로 83명이 반대·기권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청년세대와 미래세대에 낯을 들 수가 없다”고 밝힌 뒤 이날 국민의힘 연금개혁특위 위원장 자리에서 사퇴했다. 한동훈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 여당의 차기 대권 후보로 여겨지는 이들은 청년세대에 부담을 안기는 안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소수당의 한계를 언급하며 “미래세대에게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군복무 크레딧을 전 복무 기간으로 늘리는 것이 우리 목표였다”면서 “국민의힘이 또다시 이걸 발목을 잡아 불가피하게 1년으로밖에 인정을 못해주게 된 것이 아쉽고, 청년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임시방편 연금개혁으로, 과락을 면하는 정도인 60점”이라며 “추가 연금 개혁은 불가피할텐데, 청년이 중심이 되는 거버넌스도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개정 국민연금법에 대한 반대 의견들은 법안 시행 전까지 후속 준비 과정에서 논의 테이블에 오를 예정이다. 정부는 개정 국민연금법에 대한 하위법령을 마련한 뒤 내년부터 시행을 계획하고 있다. 국회는 향후 구조개혁 논의를 위해 국회 특위를 구성해 연말까지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향후 연금특위 등 논의체계에서 재정 안정화 조치 도입과 국민·기초·퇴직·개인연금 등 구조개혁 과제가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법에 대한 반대 의견으로 제시된 부족한 구조개혁에 관해서는 연금개혁 특위에서 논의하게 될 텐데, 연금 재정의 안정과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치열하고도 지혜로운 논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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