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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취득세, 상속세 합리화…'부의 대물림' 심화 않을 것"[상속세개편]

권효중 기자I 2025.03.12 11:30:00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 일문일답
"상속세 폐지 노르웨이, '사회 이동성' 포기했나" 반문
"배우자 상속제 폐지와 달라…합리적 과세 목표"
"자본이득세 전환 아직…최고세율 등 논의 과제 산적"

[세종=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정부는 상속세의 과세 체계를 현행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개편하겠단 방침을 밝히면서 “지속가능한 성장, 분배를 위한 상속세제 합리화”라고 이유를 밝혔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부의 대물림’ 심화 우려에 대한 반박이다.

정 실장은 “노르웨이와 같은 선진 복지국가가 상속세를 폐지했다고 해서, 곧 사회 이동성을 포기한 것이 아니지 않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과 분배, 사회 이동성 등 전체적인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상속세 폐지) 결정의 배경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상속세 개편 추진 과정에서도 밝혔듯이 여전히 정부는 최고세율 인하와 할증 폐지, 기업 밸류업 지원 등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최고세율 인하 등은 별도의 공론화, 사회적 합의 등 과정을 거쳐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유산취득세로의 전환 이후에도 추가적인 상속세제 손질 의지를 밝혔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음은 정정훈 실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정치권에서는 배우자 상속세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안은 법정상속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 30억원까지로 한도를 뒀는데, ‘30억원’이라는 한도 규정이 사라진다면 법정상속분을 초과하는 금액은 과세 대상이 되는가.

△민법상 법정상속분은 ‘가족이 이룬 공동 재산’이라는 개념에 따라 1.5(배우자)대 1(자녀 1명당)을 규정한다. 상속세법과 민법은 별개지만, 현재 세법에 배우자의 법정상속분 개념이 있는 것은 민법의 일부가 반영된 결과다.

만약 완전히 그 제한을 없애고자 한다면 법정상속분 관련 언급을 모두 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정부안은 정치권에서 말하는 ‘전면 폐지’, ‘무제한 공제’와는 차이가 있다. 유산취득세는 합리적 과세를 위한 방안으로, 정치권의 ‘무제한 공제’가 되려면 지금의 ‘30억’ 제한을 지우거나, 아예 한도를 지우는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유산취득세 개편으로 중산층의 세 부담이 합리화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만큼 최고 누진세율을 적용받는 ‘초고소득층’의 세 부담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사회 이동성 개선이라는 정부 정책 측면과 조금 배치되는 것 아닌가. 그런 측면의 보완 장치는 있는지.

△사회 이동성은 한 세목이 아닌, 전체 경제 시스템과 사회 시스템을 통해 함께 달성해야 하는 목표다. 만약 세금으로 이를 이루고자 하면, 근로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고 고소득층에게는 누진과세를 확대하는 방식이 전부다. 각자의 세금은 각자의 역할이 있고, 시대에 따라 보완해야 한다.

상속세만 놓고 보면, 조세 회피가 일어나지 않도록 충실히 집행을 하고 제도 설계를 꼼꼼히 하는 것이 보완 방안이 될 수 있다. 노르웨이가 상속세를 없앴다고, 사회 이동성을 포기한 나라는 아니지 않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분배, 사회 이동성 측면에서 전체적인 시스템을 고려했고 이를 고민한 결과가 상속세 폐지 결정의 배경이 됐을 것이다.

우리 정부도 노르웨이처럼 되기 위해 상속세를 폐지할 수는 없다. 다만 지속 가능한 성장과 분배를 위해 그동안 금기시돼왔던 분위기를 벗어나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합리화’를 위해 지난해 상속세 개편에 이어 유산취득세 개편을 내놓은 것이다.

-유산취득세도 결혼세액공제처럼 소급 적용도 가능한가.

△결혼세액공제를 소급 적용한 이유는 결혼이 시점을 선택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에 발표 후, 올해부터 시행한다고 할 경우 8~12월 혼인신고가 줄어드는 등 통계상 왜곡이 발생할 수 있어 ‘2024년 1월 1일’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날짜를 명기했다. 그러나 사망은 통제할 수 없는 문제로, 소급 시점을 명기할 이유가 없다.

-2028년 시행을 목표로 했는데, 그 전까지 납부 방식 개편(국세청) 등 제반 준비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국세청은 우선 통일된 집행을 위한 내부 지침을 마련하고, 납세에 필요한 전산 개발을 해야 한다. 전산 개발은 1년이면 충분할 것이고, 정부도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을 다듬는다. 국세청이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우회상속 등 부정 납세를 잡는 것은 납세 신고 후 9개월간 국세청이 확인하는 시간이 있는데, 현재도 사후 관리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문제는 없다.

-현재 우리는 유산세 방식이지만, 일본은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차이가 있다. 또 미국에 재산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처럼 현지 세법과 현재 우리 세법이 달라 충돌하는 경우 문제가 있는가.

△각국이 각 국가의 세법대로 과세를 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이중과세가 발생했다면, 재산 소재지나 납세자의 주요 활동지, 국적 등을 따져 합리적으로 이를 처리하면 된다. 일단 계산 후 중복과세만 빼주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상관은 없다.

-유산취득세로의 전환 이후, 장기적으로 자본이득세로 전환할 계획도 검토 중인지.

△앞서 예시로 들었던 노르웨이는 자본이득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상속세를 폐지했다는 것이 곧 자본이득세로 전환했다는 의미다. 어느 정도 선진국이라면 상속세나, 재산 처분 시점에 과세하는 자본이득세 둘 중 하나를 택하고 있다. 현재로선 상속세 최고세율 등 먼저 논의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상속인이 많을수록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유산취득제의 특성상 허위로 양자를 들이거나, 배우자 공제 한도를 이용해 배우자에게 몰아주기 등 조세 회피 시도가 가능해진다. 이 경우 보완책도 있는가.

△유산취득세 방식을 도입한 일본의 경우 이러한 우회상속을 피하기 위해 양자를 1명으로 제한하는 제도도 있다. 우리는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해 우회상속에 대한 보완장치를 마련했다. 전체상속재산 30억원 이상이고, 상속 개시일로부터 5년 이내 증여가 일어나고 비교과세 세액이 발생하는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우회상속에 해당돼 추가 납세의무가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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