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후 이데일리가 찾은 한남초 인근에는 자녀들을 마중 나온 학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학부모들은 학교 안으로 들어가거나 교문 앞에 서서 하교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과 만난 이들은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아울러 학교 보안관과 용산구에서 긴급하게 배정된 통학 도우미들. 경찰들이 분주하게 학생들의 하교를 돕고 있었다.
한남초는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한남대로와 붙어 있는 학교다. 운동장 펜스 건너편으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집회를 바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안전을 우려했다. 혹시나 탄핵 찬반 측의 충돌이나 흥분한 집회 참여자들이 돌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남초는 지난 7일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생 등하교 시 보호자 동행을 요청하기도 했다.
2학년과 4학년 손주를 돌보는 김은자(64)씨는 “작은 애는 꼭 데리러 가는데 큰 애는 혼자 올 때가 있는데 집회를 하고 있으니 무서웠다고 하더라”며 “저번엔 육교도 통제돼 뺑 돌아가야 하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키우고 있는 40대 A씨는 “집회가 한창일 때 온갖 상스러운 말이 마이크를 통해 나왔고 아이들은 그 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밖에 없었다”며 “학교에서 같이 구호를 외치는 장난을 치기도 하고 어른들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기도 한다. 최근엔 경찰들이 욕먹는 걸 봤는지 왜 경찰 아저씨가 혼나느냐는 말을 하기도 하더라”고 토로했다.
|
탄핵심판 변론기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올해 초부터 탄핵 찬반 단체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헌재 앞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양측이 서로를 향해 욕설을 퍼붓거나 몸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다반사고 주민들에게 불똥이 튀는 경우도 많다.
윤 대통령의 구속이 취소되고 헌재의 선고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엔 더 과격해졌다. 진영마다 단식투쟁과 삭발식 등 긴장감을 높이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전쟁터를 방불케할 정도다. 안국역 인근 주민 조모(47)씨는 “감정이 격해진 사람들이 무슨 일이라도 벌일까 하루하루가 무섭다”고 했고 초등학교 자녀를 둔 임모(38)씨는 “과격한 집회를 보는 아이들 정서에도 안 좋을 것 같아 빨리 장소를 옮기든 끝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 탓에 인근 초등학교들은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 당일 휴교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재동초와 교동초는 탄핵심판 선고기일 공지 날부터 선고 당일까지 조기 하교나 휴교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