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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악몽' 재현, 헌재 앞은 전쟁터…주민 불안 `극심`

김형환 기자I 2025.03.12 11:14:13

‘尹관저’ 옆 한남초, 학부모들 등하교 동행
주민·상권도 ‘긴장’…“1월처럼 될까 걱정”
헌재 주변 주민 두 달여 고통…최근 혼란 가중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 주민들의 악몽이 다시 시작됐다. 아울러 헌법재판소 인근 주민들의 고통은 더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이 취소되면서 한남동 일대에 지지자들이 모여들고 있고 헌재 앞 집회의 강도는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인근에 초등학교가 위치한 만큼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초 앞에서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하교하고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반탄 집회’ 바로 옆 한남초…학부모 발 동동

11일 오후 이데일리가 찾은 한남초 인근에는 자녀들을 마중 나온 학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학부모들은 학교 안으로 들어가거나 교문 앞에 서서 하교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과 만난 이들은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아울러 학교 보안관과 용산구에서 긴급하게 배정된 통학 도우미들. 경찰들이 분주하게 학생들의 하교를 돕고 있었다.

한남초는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한남대로와 붙어 있는 학교다. 운동장 펜스 건너편으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집회를 바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안전을 우려했다. 혹시나 탄핵 찬반 측의 충돌이나 흥분한 집회 참여자들이 돌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남초는 지난 7일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생 등하교 시 보호자 동행을 요청하기도 했다.

2학년과 4학년 손주를 돌보는 김은자(64)씨는 “작은 애는 꼭 데리러 가는데 큰 애는 혼자 올 때가 있는데 집회를 하고 있으니 무서웠다고 하더라”며 “저번엔 육교도 통제돼 뺑 돌아가야 하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키우고 있는 40대 A씨는 “집회가 한창일 때 온갖 상스러운 말이 마이크를 통해 나왔고 아이들은 그 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밖에 없었다”며 “학교에서 같이 구호를 외치는 장난을 치기도 하고 어른들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기도 한다. 최근엔 경찰들이 욕먹는 걸 봤는지 왜 경찰 아저씨가 혼나느냐는 말을 하기도 하더라”고 토로했다.

인근 상권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한남동 인근에는 조용한 분위기의 식당이나 상점들이 다수 몰려 있는데 집회가 있을 경우 손님들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실제 체포영장 집행을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땐 손님의 90%가 줄었다는 자영업자도 있었다. 고급 한식당에서 근무하는 A씨는 “지난 1월 집회가 한창일 때 손님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었다”며 “이번 주말에도 평소보다 손님이 훨씬 적었고 실제로 예약 취소를 문의하는 전화도 이어졌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과 김민전 의원이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삭발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전쟁터된 헌재 앞…선고날 주변 초교 휴교 검토도

탄핵심판 변론기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올해 초부터 탄핵 찬반 단체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헌재 앞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양측이 서로를 향해 욕설을 퍼붓거나 몸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다반사고 주민들에게 불똥이 튀는 경우도 많다.

윤 대통령의 구속이 취소되고 헌재의 선고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엔 더 과격해졌다. 진영마다 단식투쟁과 삭발식 등 긴장감을 높이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전쟁터를 방불케할 정도다. 안국역 인근 주민 조모(47)씨는 “감정이 격해진 사람들이 무슨 일이라도 벌일까 하루하루가 무섭다”고 했고 초등학교 자녀를 둔 임모(38)씨는 “과격한 집회를 보는 아이들 정서에도 안 좋을 것 같아 빨리 장소를 옮기든 끝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 탓에 인근 초등학교들은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 당일 휴교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재동초와 교동초는 탄핵심판 선고기일 공지 날부터 선고 당일까지 조기 하교나 휴교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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