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X

BOJ, 금리인상 1년…달러·엔 환율은 왜 그대로일까

방성훈 기자I 2025.03.24 13:55:05

1년전 마이너스 금리 해제 전과 같은 수준
미일 장기금리 격차 줄었지만 해외 투자 늘어
"개미 달러화 매입 수요가 엔화 매입 수요 상쇄"
투기세력 롱포지션 청산시 엔저 가속화 우려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난지 1년이 지났지만, 엔화 약세 기조가 계속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AFP)


24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3분 현재 달러·엔 환율은 149.72~149.74엔을 기록 중이다.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 해제 결정을 내리기 전날인 지난해 3월 18일 149.13엔(오후 5시 기준)과 비교하면 거의 같은 수준이다.

당초 BOJ가 금리를 인상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조와 맞물려 미일 장기금리 격차가 줄어들고, 엔화 역시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로 미일 장기금리 격차는 지난 1년 동안 1.5%포인트 가량 축소했으나, 달러·엔 환율은 기대와 달리 제자리에 머물렀다. 이론적으로는 BOJ가 금리를 올리면 일본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이 높아져 일본 엔화를 사려는 수요가 늘어난다.

지난해 새롭게 도입된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신(新) NISA는 비과세 기간을 평생으로 연장하고, 연간 납입 한도(120만엔→360만엔)와 누적 한도를 (600만엔→1800만엔) 3배씩 늘렸다.

이에 따라 개인들의 투자가 급증했지만, 해외 투자로 몰리면서 엔화 매도·달러화 매입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 내 투자신탁회사 및 자산운용사의 대외 증권투자는 지난해 11조 5066억엔으로 전년대비 약 2.5배 급증했다.

미즈호은행의 외환 딜러인 미나미 히데아키는 “미일 장기금리 격차 축소로 인한 엔화 강세 압력을 NISA를 포함한 대외 투자 열기가 상쇄했다”고 말했다.

개인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은 엔화가치 하락으로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임금 상승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일본 국내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신선식품 제외)은 전년 동월대비 3%를 기록했다. 미국(2.8%), 독일(2.3%)를 웃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도 “디플레이션이 아닌 인플레이션 상태”라고 평가했다. 지난 1월 급여 총액은 전년 동월대비 2.8% 늘었지만,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1년 전보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BNP파리바증권의 코노 류타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임금이 오르지 않기 때문에 소비가 침체되고, 이 때문에 기업들은 일본 내 투자를 망설이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개인들이 해외 투자에만 적극적으로 임하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해외 투기세력의 엔화 매수가 대폭 확대해 엔저가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엔화에 대한 롱(매수) 포지션은 지난 18일 기준 약 1조 5000억엔(12만 2964계약)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장기금리 격차 축소에 따른 엔화 강세를 전망한 롱 포지션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일본 내 달러화 수요에 맞춰 ‘쏠림’이 심화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BOJ가 금리인상에 소극적이라고 판단해 청산이 이뤄질 경우 급격한 엔저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닛케이는 “BOJ의 금리 인상만으로는 실수요를 바탕으로 한 엔저 압력을 멈추기엔 역부족이라는 현실을 시사한다”며 “구조적인 엔저를 해소하려면 해외 투자를 국내로 돌릴 수 있는 방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미국의 상황이 여전히 달러·엔 환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BOJ 분석 결과 2021년 1월부터 2023년 9월 중순까지 진행된 32%의 엔저 중 24%가 미국의 금리 때문이었다.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등이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을 때 달러화 대비 엔화가치는 하루 만에 1엔 급락했다.

배너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