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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달간 200여명 해고"…천재교과서 노조 생긴다

김경은 기자I 2025.04.21 14:22:53

언론노조 천재교과서지부, 22일 노조 설립총회
설립위 “불법적·폭력적 구조조정 중단시킬 것”
본사직원 공장·물류센터 배치…거부시 대기발령
남은 직원에 자리이동 및 휴대폰 사용 금지시켜
천재 “AIDT 도입 부진에 손실…불가피한 상황"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천재교육그룹 천재교과서 노동조합이 조만간 출범한다.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DT) 사업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크게 위축됨에 따라 천재교과서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이 과정에서 직무변경 및 대기발령 등 부당 대우를 일삼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정과(가운데) 천재교과서 대표가 지난 1월 1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의 교과서 지위 유지 촉구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50명 구조조정…“부당해고에 대응”

21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언론노동조합 천재교과서지부는 오는 22일 설립총회를 개최한다. 노조의 공식 출범을 알리는 자리로, 노조 운영 규정을 제정하고 대표자를 선출할 예정이다.

노조 설립준비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설립총회는 천재교과서에서 일하는 모두의 권리와 노동 조건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구조조정이 (노조 결성의) 기폭제가 됐지만 회사의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고 궁극적으로는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목소리를 함께 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노조 설립근거는 사측의 부당해고다. 설립위는 노조를 결성해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구조조정을 중단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설립위는 “현재의 폭력적인 대기발령과 괴롭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고 부당한 발령에 대한 원상복구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립위에 따르면 천재교과서는 지난달 21일부터 구조조정에 착수했으며 구조조정 대상자는 250여명이다. 이중 200여명이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퇴사하면서 대상자 250여명 중 남은 인원은 12명에 불과하다.

익명을 요구한 회사 관계자는 “사측의 괴롭힘이 도를 넘어섰다. 부당한 정리해고를 ‘권고이직’이라는 말장난으로 바꿔 직원들을 우롱하더니 결국 권고사직을 강요했다”며 “구조조정 대상자에 대한 조직장 면담이 4차까지 이어졌고 인사팀 면담은 2차까지 진행돼 직원들이 받는 압박이 컸다. 나이가 어린 직원들은 조직장의 위력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퇴직합의서에 서명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화장실도 허락받고 5분 안에 다녀와야”

설립위는 특히 사측이 구조조정 대상자들에게 권고사직과 직무변경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거부하면 대기발령을 실시하고 자리 이동과 PC·휴대폰 사용을 제한하는 등 부당 대우를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설립위는 “사측은 대기발령 대상자에게 자리이동이나 휴대폰 사용을 제한한다고 안내했다. 화장실을 갈 때도 보고해야 하며 이마저도 5분을 넘길 수 없다”며 “이 악물고 버티던 동료들이 하나둘씩 짐을 싸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토로했다.

천재교과서는 지난 17일에도 전환배치를 거부한 직원 13명을 대상으로 한 대기발령 인사를 단행했다. 사측은 본사 소속 직원을 상대로 경기 파주 인쇄공장, 인천 청라 물류센터 등에 전환배치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립위 측은 이번 250여명 구조조정에 이어 추가로 단계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초·중·고 교과서 점유율 1위인 천재교과서의 임직원 수는 2024년 감사보고서 기준 1200명이다. 내부에서는 이중 절반 이상인 700명가량을 감축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천재교과서는 AIDT 도입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인력 재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천재교육 관계자는 “교육부가 올해 AIDT를 전면 도입하기로 하면서 회사가 막대한 개발비용을 투자해왔는데 AIDT 적용 여부가 자율 선택으로 바뀌어 큰 손실을 보게 됐다”면서 “부득이하게 사업 축소로 인해 인력 효율화에 나섰다”고 해명했다.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모든 것은 당사자의 동의와 합의를 전제로 이뤄지고 있다”며 “합의되지 않은 직원들의 경우 부득이하게 전환배치와 대기발령 절차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환 교육도 미리 준비하는 등 법령이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설립위 측은 AIDT 개발 부서 외에도 조직 전반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를 반박하고 있다. 설립위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이유가 하나의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측에서 회사 상황을 사전에 직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도 않았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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