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우편배달부로 일하는 제임스 블랙리지(33)는 “종종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사마시곤 했는데, 이젠 그러지 않는다. 즐겨 마시던 시에라 네바다 맥주도 더이상 마시지 않는다.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이미 오래 전부터 그렇게 하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미국산 제품 불매 운동이 식료품 및 음료 등으로 번지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선 어떤 제품이 미국에서 만들어졌는지, 대체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과 같은 정보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테슬라에 대한 불매 운동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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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음료도 “미국껀 안먹어”…SNS선 대체품 정보 공유
26일 CNN방송,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가 이달초 여론조사업체 시베이(Civey)에 의뢰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4%가 “가능하면 미국산 제품은 구매를 피하고 싶다”고 답했다. “절대 사지 않겠다”는 응답자도 56%에 달했다.
슈퍼마켓에서는 원산지를 꼼꼼하게 살펴보며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미국산 제품을 아예 진열대 뒤쪽으로 빼놓는 슈퍼마켓도 등장했다.
덴마크에선 1400개의 슈퍼마켓 매장을 운영하는 살링 그룹(Salling Group)이 고객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이달 초부터 유럽산 제품에 별표를 표기하기 시작했다. 덴마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야욕 논란으로 미국에 대한 반발이 특히 강하다.
CNN은 “유럽연합(EU)이 다음달부터 미국산 철강, 알루미늄, 섬유, 가전, 농산물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이미 EU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대응책을 내놓을 태세”라고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EU산 (제품) 구매’(BuyfromEU) 태그에는 19만명이 참여해 미국산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정보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사용자들은 코카콜라를 대신해 벨기에의 ‘리치’나 독일의 ‘프릿츠-콜라’를 소개했다.
페이스북과 엑스(X·옛 트위터)에서도 ‘보이콧 USA’(BOYCOTT USA) 태그와 함께 유사한 게시물이 급증하고 있다. 엑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운영하는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수만명의 사용자를 잃었다.
이외에도 올해 휴가 시즌에 미국 여행이나 방문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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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불매도 지속…1~2월 판매량 전년比 43% 급감
테슬라에 대한 반발도 여전하다. 유럽 31개국에서 판매된 테슬라 차량은 올해 1~2월 2만 6619대로 전년 동기대비 43% 줄었다. 특히 독일에선 테슬라 공장이 있는 데도 판매량이 2706대에 그쳤다. 1년 전보다 71% 급감한 수치다.
머스크 CEO가 독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를 지지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서 나치식 경례 포즈를 취해 논란을 일으킨 영향으로 풀이된다. 독일 대학생 에바 라이데커(29)는 “매입할 때보다 가격이 떨어졌음에도 보유하고 있던 테슬라 주식을 전부 팔아치웠다”며 “머스크 CEO의 나치식 경례는 지나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유럽 각지에선 테슬라 매장에서 보이콧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며, 차량을 겨냥한 방화 사건도이 잇따르고 있다. 테슬라 소유주들은 차량을 처분하지 못해 ‘머스크가 미치기 전에 차를 구매했다’는 스티커를 부착해 타고 다닌다.
유럽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미국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미국 경제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닛케이는 “보이콧 대상을 중심으로 EU가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식료품·음료·농산물은 연간 120억달러 수준으로 전체 수입액의 약 3%에 불과하다. EU 역내에서 생산되는 미국 브랜드 제품도 적지 않다”며 “보이콧 운동이 전개되는 플랫폼이 미국 기업이라는 점도 모순”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