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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가루 뿌린 것처럼 매워요” 황사 덮친 한반도

이영민 기자I 2025.03.13 09:09:45

그제부터 국외에서 황사와 미세먼지 유입
전국 대부분 지역 미세먼지 농도 '나쁨'
안개까지 더해져서 수도권·충청 가시거리↓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앞이 하나도 안보여서 남편이랑 애들한테 조심하라고 말했어요.”

경기도 부천시에 사는 송선영(62)씨는 13일 뿌옇게 변한 하늘을 보면서 코를 훌쩍거렸다. 평소 비염증상이 있는 송씨는 어제부터 심해진 미세먼지 때문에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조심하고 마스크를 써도 목이 너무 안 좋아져서 오늘은 미리 비염약을 먹고 나왔다”며 “실내에 있어도 잠깐만 창문을 열면 고춧가루를 뿌린 것처럼 코가 맵고, 눈도 따가워서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출근길 마을 버스가 13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의 한 교차로를 지나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밤사이 황사와 미세먼지가 국내로 유입되면서 시민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이날 나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갑자기 바뀐 하늘을 본 시민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며 놀란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전 8시쯤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역 앞에서 만난 이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바쁘게 이동하고 있었다. 버스와 지하철 안에는 기침 소리가 이따금 들렸고, 일부 승객은 앞이 식별되지 않는 창밖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이 모습을 본 직장인들은 미세먼지가 너무 많다고 입을 모았다.

강남구로 출근하는 직장인 최모(28)씨는 “아침에 나왔을 때 하늘이 너무 뿌예서 안개였으면 했는데 이게 다 미세먼지라고 생각하니까 목이 더 칼칼한 느낌이 든다”며 “요즘 며칠 동안 미세먼지가 계속 심했는데 그래서인지 피부가 예민해졌다”고 말했다. 경기도 일산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강모(29)씨는 “아직 목 상태는 괜찮은데 앞이 안 보여서 운전을 조심해야지 싶었다”며 “미세먼지가 심해서 그런지 오늘은 버스도 평소보다 천천히 움직이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같은 미세먼지는 종일 국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과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이날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내내 ‘나쁨’ 수준을 유지하겠다. 특히 수도권과 충청권은 오전에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이겠고, 초미세먼지도 ‘나쁨’ 단계까지 오르겠다. 강원과 호남, 영남, 제주 지역은 한때 일시적으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오를 수 있다.

미세먼지가 갑자기 증가한 것은 중국과 몽골 지역에서 유입된 황사 때문이다. 지난 11일에는 고비사막과 내몽골 고원에서, 이튿날(12일)에는 몽골 동쪽 지역에서 황사가 발원했다. 북서기류를 타고 한반도로 유입된 모래먼지는 전날부터 대기에 축적돼 오는 14일까지 국내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14일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북동 기류가 유입되면서 대부분 ‘보통’ 단계로 낮아지겠지만, 서쪽 지역은 오전까지 대기에 미세먼지가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인천과 경기 서해안, 충남 북부 서해안은 가시거리 200m 미만의 안개가 발생하겠다. 그 밖의 수도권과 충청권, 강원 내륙과 전북 지역에도 가시거리가 1㎞ 미만인 안개가 발생해 교통안전에 주의가 요구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어린이와 노약자, 호흡기 질환자는 오랜 실외활동 자제해야 한다”며 “외출할 때는 마스크와 보호 안경을 착용하고 흐르는 물에 얼굴과 코를 자주 닦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차를 운전할 때는 감속해서 사고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통안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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