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의성에서부터 시작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엿새째 경북 7개 시·군으로 번지면서 주민 불안이 고조되며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26일 안동에 있는 9개 전통시장 매니저로 15년간 일해왔다는 천순창 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안동과 의성에서 산불 피해를 직접 목격했다”고 밝히며 “이렇게 처참한 광경은 태어나서 처음 본다”고 말했다.
천 씨는 “안동 시내 외곽에 산과 인접한 아파트와 주택 주민들이 전부 대피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솔직한 얘기로 내가 나이가 많지만, 어제 시장에서 많이 울었다”며 “할머니들이 나를 붙잡고 집에 불 좀 꺼달라고 하는데 가슴이 답답해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불이 너무 동시다발적으로 나고 지금 서 있는 자리도 어제는 바람이 불면 몸이 흔들려서 서 있지 못할 정도로 강풍이었다”며 “바람 방향도 앞뒤 좌우를 안 가리고 몰아붙이더니 기어코 이런 사태가 났다”고 탄식했다.
또 이날 오후 온라인 상에는 화마가 휩쓸고 간 영덕의 한 바닷가 근처 마을 사진이 게재됐다. 집과 울타리는 화재로 새까맣게 타버려 무너졌고, 잔잔하고 평온했던 마을은 전쟁이라도 난 듯 검게 변했다.
경북 영덕군에 할머니가 살고 있다고 밝힌 A씨는 “영덕 피해 소식이 많아 걱정하고 있었는데 결국 할머니 집까지 (불이) 번졌다”며 “다행히 할머니는 잘 대피하셨지만, 아랫집 90대 할머니는 대피하지 못하고 돌아가셨다”고 전했다.
A씨는 “위쪽으로 올라가야 도로가 있는데 불 때문에 못 갔다더라. 전부 아래로 내려가서 배 타고 강구 쪽으로 대피했다고 한다”며 “소식 듣고 머리가 띵했다. 멍청한 행동 하나 때문에 왜 이렇게 피해를 봐야 하는지”라고 울분을 표했다.
누리꾼들은 “해방, 전쟁을 겪으시고도 백수 가까이하신 분이 너무 허무하게 가셨다” “방파제에 고립됐다는 게 이 마을이었나보다” “피해가 너무 크다” “죄 없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는 게 참” “너무 예쁜 마을인데 저기 사시던 분들은 오죽 상심이 클까. 내가 다 속상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산림청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4시 기준 경북 지역 산불로 숨진 사람은 모두 24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더해 같은 날 영덕에서 추가 사망자 1명이 나왔고, 의성에서 진화 작업을 하던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져 현재까지 사망자는 26명이다. 이들은 중대본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부상자는 중상 12명, 경상 14명 등 총 26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