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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중 은행이 1월 신규로 받은 정기예금은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37조 6499억엔으로 집계됐다. 1월 기준으로는 2002년 1월(38조9128억엔) 이후 2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단기 정기예금이 늘어난 덕분이다.
시중 자금이 단기 정기예금으로 몰리고 있는 것은 일본은행이 지난해 3월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17년 만에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끝낸 데 따른 것이다.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작년 3월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기 전 0.002%였으나 이후 단계적으로 상승해 올해 3월3일 기준 0.275%로, 약 140배 올랐다. 100만엔을 1년간 예치하면 이자는 16엔(세후)에 불과했지만, 현재 2192엔으로 늘어났다는 얘기다.
현재 정기예금 금리가 기본적으로 일반 예금보다 높기 때문에 같은 기간 동안 자금을 정기예금 계좌에 넣어둔다면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에 예치 기간이 1개월 이상 1년 미만인 정기예금은 마이너스 금리 해제 직후인 지난해 4월 이후 전년 동월 대비 평균 40% 급증했으며 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도 증가 추세다. 반면 10년 이상 정기예금은 작년 11월 이후 급감해 3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60% 감소했다.
일본은행이 향후 금리를 추가적으로 올릴 것이란 기대감도 단기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몰리는 배경이다. 정기예금은 원칙적으로 만기까지 해약할 수 없고, 중도에 해지하면 받을 수 있는 이자가 줄어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닛케이에 “금리 상승 국면에서는 현재의 금리로 장기간 예치하기보다는 고금리 정기예금으로 빨리 갈아탈 수 있도록 짧은 기간의 정기예금을 선택하는 심리가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은행과 은행의 인터넷 지점 등이 단기 정기예금을 중심으로 고금리를 내세워 예금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돈이 몰리는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도쿄 키라보시 파이낸셜그룹 자회사인 UI은행은 1년 만기(1000만엔 미만) 정기예금 금리를 연 1%, 오릭스은행의 인터넷 전용 계좌는 1년 만기 0.85%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높은 금리로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단기 예금으로 장기 고정 대출을 조달하는 은행은 수익을 얻기까지 시간차가 발생해 전체 수익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일본은행은 오는 18~19일 개최하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기준금리를 현재의 0.5%로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본은행은 1월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25%에서 0.5%로 올린 바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번 금리 인상 효과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판단하기 위해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시장에선 인플레이션 확산과 임금 상승을 고려, 오는 5월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