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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질환 전문 '세종병원'…'심장병 사관학교'된 이유

안치영 기자I 2025.04.21 11:00:08

응급 심장 환자 전문 종합병원…"국내서 가장 독특한 병원"
전문의·간호인력 육성 탁월…전국 각지 심장환자 모여들어
낮은 보상에 인력 유출 심각…"잘하는 종합병원 지원 절실"

[인천=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의료법인 혜원의료재단이 운영 중인 부천세종병원과 인천세종병원은 국내서 가장 독특한 병원 중 하나다. 심장 질환 중증 응급 환자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종합병원은 국내에 두 병원밖에 없다. 박영관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가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를 치료할 병원이 없다는 문제의식 속에 설립한 부천세종병원을 설립했고 그 뜻을 이어 아들인 박진식 혜원의료재단 이사장이 인천세종병원을 설립했다. 상급종합병원에 가려 지원·보상이 상대적으로 부족했지만 전문화된 의료진 교육 환경을 구축해 심장전문병원으로 일궈냈다.

인천세종병원 전경. (사진=보건복지부)
지난 17일 이데일리가 방문한 인천세종병원은 사실상 전국각지의 심장환자와 대학병원을 찾은 고위험군 심장환자가 모이는 곳이었다. 박진식 이사장은 “전국적으로 심장 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많지 않아 동맥류수술과 관상동맥 시술, 관상동맥 우회술 등이 필요한 환자들이 부천세종병원과 인천세종병원(이하 세종병원)으로 모여든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지난 15일 목포 주변 섬에서 거주하던 76세 여성환자가 119 신고를 통해 닥터헬기로 목포한국병원에 이송됐다. A형 대동맥 박리, 심장막 출혈 증상을 보인 중증 응급환자다. 심정지가 와 목포한국병원 의료진이 어렵게 자발 순환을 회복시켰으나 혼수상태에 빠졌다. 목포한국병원은 SJ-CCN(세종심뇌혈관네트워크)를 통해 부천세종병원으로 환자를 의뢰했다. 닥터헬기를 통해 부천세종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는 현재 부천세종병원서 치료받고 있다.

종합병원은 상급종합병원보다 정부 지원이 적어 이러한 중증 심장 환자를 치료하려면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고난도 수술을 감당할 인력이 충분해야 한다. 다른 종합병원이 심장 환자 치료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세종병원은 이를 의료진의 사명감을 기반으로 전문화된 의료·의료지원분야 수련시스템으로 해결했다.

세종병원은 개원 초기부터 지금까지 40년 동안 △심장내과 △흉부외과 △소아 심장 전문의가 원내에 24시간 상주한다. 응급환자가 갑자기 들이닥칠 수 있고 입원한 환자가 언제 상태가 나빠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의 설명을 따르면 대학병원에서 전공의가 상주하는 경우는 많지만, 전문의가 병원 내에서 숙식하며 지내는 곳은 세종병원이 유일하다. 전문의가 상주하면 응급상황 즉각 대응할 수 있고 간호사 등 의료진이 중환자를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상주 전문의 또한 원내에서 많은 환자를 경험하며 성장한다. 여기에 더해 세종병원은 중환자 간호 관리 교육을 고도화해 초급·중급·고급으로 나눠 진행한다. 의료진을 보조할 간호사 또한 빠르게 경험을 쌓고 숙련 간호사로 거듭난다.

박진식 혜원의료재단 이사장이 지난 17일 진행된 보건복지부 프레스투어에서 심혈관계 질환의 진단을 보조하는 AI 모델 ‘딥카스(DeepCARS)’를 설명하고 있다. 딥카스는 24시간 이내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심정지 발생 위험을 예측해 응급상황을 미리 예측한다.(사진=보건복지부)
이렇게 심장질환 전문의 육성에 진심인 세종병원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명성으로 말미암아 상급종합병원에 의료·간호진을 뺏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박 이사장은 세종병원을 가리켜 ‘심장병 사관학교’라고 부르는데, 이 말은 세종병원 출신 의료진이 전국 상급종합병원에서 일하고 있다는 의미다.

세종병원 측은 좀 더 나은 처우를 제공하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인력을 뺏기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통상 종합병원은 상급종합병원에 비해 수가 보상이 열악해 의료진 처우도 상급종합병원보다 떨어지고 배후(백업) 인력 또한 부족하다. 김순옥 인천세종병원 간호부장은 “열심히 교육한 간호사가 3년 차가 되면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직한다”라면서 “병원에서 인력 투자를 많이 하지만 정부 지원이 상급종합병원에만 지원되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박 이사장 또한 “대형 대학병원이 심장질환 전문의 육성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우리가 전문의 육성에 역량을 쏟지만 정부에선 이를 잘 알아주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현재 정부는 심장병원이 고사하지 않을 만큼만 보상해줘 버텼다”면서도 “이제는 병원 확장에 한계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비급여에 눈 돌리지 않고 급여 진료하는 의료기관들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인식이 전환되고 제도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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