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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붙는 중동 EV 전쟁"…테슬라, 6년 만에 사우디 진출

이윤화 기자I 2025.03.30 16:19:55

테슬라, PIF 갈등 6여년 만에 사우디 시장 공식 진출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 전기차 점유율 확대 ''교두보''
사우디 전기차, 2033년까지 연평균 17% 이상 성장
1위 토요타·2위 현대차그룹과 치열한 EV 전쟁 예상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테슬라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갈등을 끝내고 내달 자동차 판매를 시작한다. 이에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는 토요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과의 전기차 전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가 다음달 10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공식 론칭 행사 ‘Tesla Opening in Kingdom of Saudi Arabia’ 를 연다고 예고했다.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 사우디 공식 진출…“전기차 시장 성장”

30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다음달 10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공식 론칭 행사 ‘Tesla Opening in Kingdom of Saudi Arabia’ 를 열고 전기차(EV)를 본격 판매한다. 자율주행 콘셉트 모델 ‘사이버캡’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도 함께 선보인다.

사우디는 연간 70만대 규모의 중동 지역 최대 자동차 시장인데다, 전기차 시장 성장 잠재력이 큰 곳 중 하나다. 사우디 정부가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아이마크 그룹(IMARC Group)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약 5억 달러 규모에서 2033년 약 26억 달러로, 연평균 17.2%씩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글로벌 전기차 판매 2위인 테슬라가 그동안 사우디에 전기차를 판매하지 않은 것은 사우디 국부펀드(PIF)와의 갈등 때문이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2018년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를 비공개 회사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이를 위한 자금을 PIF로부터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우디 측이 이를 부인하면서 머스크는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본 투자자들로부터 소송까지 당한 바 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전부터 사우디가 테슬라와의 관계 회복을 시도하면서, 테슬라의 사우디 진출이 점쳐진 바 있다.

테슬라는 사우디를 중동 전기차 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BYD 등 중국 자동차 업체들에 판매량 1위를 내어주며 고전하고 있기에 사우디 같은 성장 시장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사우디서 터줏대감 토요타·현대차와 경쟁 시작

테슬라가 사우디 전기차 시장에 공식 진출을 시작하면서 현지 점유율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토요타, 현대차·기아와의 경쟁도 불가피하다. 최근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저가 전기차를 무기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가고 있지만, 아직 사우디 내에서는 영향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사우디 내 최대 자동차 뉴스 전문 네트워크인 알무라바 넷(AlMuraba Net)의 지난해 국가별 판매량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19만9514대)는 1위인 일본(43만2487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중국(10만7339대), 미국(7만74대), 유럽(2만2776대) 순이다.

사우디 내수 자동차 시장 점유율로 놓고 봐도 1위인 토요타와 2위인 현대차그룹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현재 토요타가 사우디 시장 점유율 30%대로 선두를 이어가고 있고, 현대차·기아는 25% 수준으로 토요타를 바짝 추격하는 중이다. 이어 중국 완성차 브랜드들 역시 10~1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는 중이다.

테슬라의 참전으로 사우디 내 완성차 판매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 역시 사우디시장 확대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가 중동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현대차는 2023년 PIF와 자동차 조립 합작공장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킹압둘라경제도시(KAEC)에 반제품조립(CKD) 공장을 설립하는 중이다.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연간 5만 대 생산 규모로 계획 중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 사장도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현지 파트너사와 함께 반조립 제품(CKD)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등 중동 시장도 적극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기아 역시 사우디 내 점유율이 2022년 6위 수준에서 지난해 토요타, 현대차에 이은 3위까지 뛰어올랐다. 기아는 지난해 10월 브랜드 첫 정통 픽업트럭인 ‘타스만’을 ‘2024 제다 국제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하는 등 사우디 시장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는 자본과 자원 모두 풍부한 나라인데다 자동차 산업이 사우디 정부의 중점 육성 산업의 하나인 만큼, 앞으로 사우디 내의 전기차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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