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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AI 저작권 완화 건의한 구글 [김현아의 IT세상읽기]

김현아 기자I 2025.03.23 17:24:50

구글·오픈AI 등 최근 미국 'AI액션플랜'에 건의
저작권과 AI 데이터 학습의 딜레마
일본은 면책조항 도입
우리도 면책 도입이후 사후 보상 체계로?
미국 정책 지켜보고 정책 만들어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인공지능(AI)이 데이터를 학습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직면하는 문제는 저작권입니다. AI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론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하고 분석하는데, 이 과정에서 저작권이 문제가 됩니다.

하지만 생성형 AI 모델이 사전에 모든 저작권자의 이용 허락을 받기는 어려운 현실입니다. 이 때문에 일본은 AI가 데이터 분석 등의 목적으로 저작물을 학습에 사용할 수 있도록 면책 조항인 ‘Text and Data Mining 면책규정(TDM 면책규정)’을 도입했습니다.

또한 일부에서는 AI 개발이 ‘문화 향상과 발전’에 기여하는 저작권법의 궁극적인 목적에 부합하므로, 이를 ‘공정 이용(fair use)’의 일환으로 간주해 면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안내서 정도가 있지만, 여전히 저작권 문제는 애매모호한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미국 AI 리더십 장벽 제거’ 행정 명령에 따라, 미국 과학기술정책실(OSTP)이 지난 15일까지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해 만든 ‘AI 액션 플랜’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플랜은 미국의 글로벌 AI 리더십을 유지하고 강화하며, 불필요한 규제로 민간 부문의 AI 혁신이 방해받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흥미로운 점은 구글, 앤드리슨 호로비츠, 오픈AI 등 미국의 빅테크들이 OSTP의 공개 의견 수렴에서 제시한 제안들입니다. 구글은 AI 모델 훈련에 필요한 저작권 자료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기 위해 저작권 규제를 완화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AI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접근을 보장하고, 중국과 같은 경쟁국에 비해 미국의 AI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벤처캐피털 회사 앤드리슨 호로비츠는 AI 모델 훈련에 필요한 저작권 자료 사용이 현재 저작권법 하에서 공정 사용(fair use)으로 간주될 수 있도록 정부가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는 불필요한 소송을 방지하고 AI 개발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결론낼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과거 구글 북스 사례를 보면 △결과물이 변형적(transformative)인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구글 북스가 도서 검색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도서 내용 일부를 공개한 사례에서 구글의 도서 디지털화 프로젝트가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10년간의 저작권 소송을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빅테크들의 제안은 많은 창작자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창작자들은 AI 모델이 저작권 자료를 사용할 때 허가나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제안이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근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으로 적은 자본으로 고성능 AI 개발이 가능해지면서 AI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문화부는 AI 기본법에 저작권자의 입장에서 저작권 관련 조항을 추가하려 했지만, 한 발 물러섰습니다. 문화부는 관련 정책 브리핑을 잠시 미루기로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문화부의 섣부른 법제화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은 지난 21일 서울대 공익산업법정책센터 세미나에서 “현재로서는 사업자 간 자율 협상과 분쟁 시 사법기관의 판단을 받는 모델이 더 바람직하다”며 “TDM 면책 도입 이후에는 개별적 사전 이용 허락이 아닌 사후 보상 체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생성형 AI에서의 데이터 저작권 문제는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우리나라가 관련 법제를 마련할 때는 미국과 중국의 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글로벌 1위 국가인 미국이 저작권 규제를 완화하거나 명확히 하는데 우리만 반대로 간다면 대한민국의 AI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제도적 정비 없이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많은 사회적 합의와 판례가 쌓여야 할 것이어서 기다리고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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