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은 지주회사의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가 마련한 승계 절차가 미흡하고, 자회사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회사 임추위)의 역할도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지주 회장과 가까운 사람을 계열사 대표에 앉혀 장기 집권의 기반을 다지는 이른바 ‘참호 구축’을 막아야 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금융업계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주 자추위가 후보 한 명을 결정해 자회사에 넘기면, 임추위가 며칠만에 적격성을 검증해 통과하는 형식이 관례처럼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당연히 후보의 경영 능력이나 위험관리 역량보다 회장과의 유대관계가 더 중요한 평가 항목이었을 수 있다. 그런 인사로 문제가 생겼을 때 자회사 이사회에 경영 감독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스스로 충분히 따져보지 못한 CEO를 감독해야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업계에선 혼란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자회사 임추위에 대해 ‘자추위가 추천한 후보를 추인하는데 그치지 말고 후보 발굴과 평가 등 실질적 역할을 하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23일 8개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특정 계파나 친소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자회사 CEO가 선임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자회사 임추위 역할 확대시 지주의 역할이 애매모호해지는 측면이 있다. 주요 은행은 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지주는 자본을 배분하고 그룹 전략을 세우며 자회사 경영 성과에 대한 책임도 진다. 그 지주가 은행장에게 필요한 역량을 제시하고 후보를 추천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경영 성과의 책임은 지주에 물으면서 함께 일할 경영자를 고르는 과정에서는 ‘지켜만 보라’고 한다면 권한과 책임의 소재가 어긋난다.
자회사 임추위의 후보 추천 권한이 어느 정도의 무게감을 가지느냐도 논란 거리다. 자회사 임추위는 사외이사가 과반수 이상으로 구성해 이사회 안에 두게 돼 있다. 이때 과연 이들이 현 은행장이 아닌 인물을 추천할 수 있을지, 지주 내 자추위가 추천한 인물과 다른 후보를 추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과정에서 자추위와 자회사 임추위가 같은 후보를 낸다면 형식적인 개편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두 기관간 힘겨루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로 추천한 후보를 놓고 다툼이 생길 경우 인사태풍에 따른 후유증이 깊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부에선 CEO를 하고 싶어하는 임원들이 지주 회장 대신 사외이사에게 줄을 서는 웃지 못할 풍경을 예측하기도 한다. 정치권이나 당국에서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앉히기 위해 사외이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치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70여 개 자회사 CEO 인사는 금융권 지배구조의 시험대다. 지주 회장의 전횡을 막는다는 명분도,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높인다는 구호도 결과를 대신할 수 없다. 후보를 충분히 검증했는지, 왜 그 사람을 선택했는지, 잘못된 선택의 책임은 누가 질지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연말 인선이 본격화한 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기준을 설명해서는 늦다. 금융당국은 지금, 지주와 자회사 이사회가 함께 따를 수 있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원칙부터 밝혀야 한다.


![현대차 로봇개 '스팟' 더 똑똑해진다…이상 점검도 알아서 척척[only이데일리]](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9/PS26092900049t.jpg)
![투자 뒤처지면 낙오…한·중·일·독 '꿈의 배터리' 대전 막 올랐다[only이데일리]](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9/PS26092900077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