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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모펀드운용사는 메가 딜(deal) 보다는 애드온을 비롯한 소규모의 전략적 M&A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이미 소유하고 있는 포트폴리오사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유사 분야의 기업을 인수하고 덩치를 키우는 ‘애드온’ 성격의 M&A 거래는 지난해 대비 8% 증가해 전체 거래의 39%에 달했다.
유럽 사모펀드운용사들의 이러한 소극적인 움직임은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이슈로 더 뚜렷해졌다. 피치북은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기로 하면서 자본시장이 한숨을 돌렸다”면서도 “정책이 재개되면 제조업과 소비재, 소매업은 큰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사들이 유럽의 관련 산업에 투자하기에는 아직 리스크가 다분하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다만 서비스형(SaaS) 소프트웨어와 헬스케어 분야는 비교적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 분야는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가 극히 낮아 직접적인 관세 영향이 적고, 디지털 형태로 국경의 제약이 없는데다가 정치적 불안정성에도 전 세계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신규 투자가 감소하면서 엑시트(투자금 회수) 활동도 덩달아 둔화했다.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 사모펀드운용사들의 엑시트 건수는 전 분기 대비 25.2% 감소한 250건을 기록했다. 엑시트 가치 역시 전 분기 대비 18% 줄어든 104조원을 기록했다. 엑시트 창구로 통하는 기업공개(IPO) 시장이 불안정한 만큼, 포트폴리오를 매각하기보다는 오래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한편 미들마켓(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 시장)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난 덕분에 관련 펀드레이징은 일사천리로 마무리됐다.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 사모펀드운용사들은 총 22개의 펀드를 통해 237억유로(약 38조원)를 조달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펀드는 미들마켓만을 대상으로 하는 펀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메가펀드 외의 부문에서 자금 조달 활동이 증가했다는 것은 (출자자들이) 유럽 사모펀드 시장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유럽에선 특히 경기 불확실성으로 수많은 중소기업과 패밀리 비즈니스들이 자금을 조달하거나 구조조정 파트너를 찾는 수요가 크다”고 전했다. 이어 “비록 M&A 거래와 엑시트 활동이 크게 둔화하더라도 앞으로 5~10년 안으로 시장이 회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맞는 투자 전략을 펼쳐 매수 기회를 확실히 잡고 미래 수익을 바라보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