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예타 조사 대상 선정
산업부 약 8800억원 예상 신청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 기회
“반덤핑은 임시방편…그린철강 속도 내야”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철강 제조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지 않아 ‘꿈의 기술’로 불리는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기술’ 예비 타당성 조사 결과가 이르면 5월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에서는 우리나라 친환경 철강산업의 미래가 이번 예타 결과에 달렸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철강 강대국들은 수조원의 자금을 쏟아부어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나선 상황이라, 우리나라도 서두르지 않으면 ‘신(新) 철기시대’에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1월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기술개발 사업 등을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예타 조사 대상으로 선정하고 현재 사업 타당성 여부를 분석하고 있다. 이미 수차례 회의를 진행한 상황으로 이르면 5월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사진=포스코홀딩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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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산업부는 지난해 3월 전략기획투자협의회 1차 회의를 열고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 기술 개발 사업’ 등을 신규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 대상으로 확정했다.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기술개발 사업은 철강 분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분광 수소 유동 환원로 기반 30만톤(t) 급 수소환원제철을 실증하는 사업이다. 산업부는 이를 위해 총사업비로 5년간 국고 3386억50000만원, 민자 5463억1000만원 등 총 8849억6000만원을 신청했다.
‘유동환원로’를 활용하는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자연상태의 분철광석을 가공 없이 그대로 사용한다. 해외 철강사들의 ‘샤프트환원로’를 활용한 수소환원제철 공법은 고순도 철광석을 원료로 펠렛(Pellet, 철광석을 파쇄·선별한 후 일정한 크기의 구형으로 가공한 원료)을 만들어야 하는데, 유동환원로를 활용한 국내 기술은 상대적으로 원료 수급이 쉽고 비용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기술 개발에만 성공한다면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이 기술을 주도적으로 개발 중인 포스코그룹은 2030년 상용기술 확보라는 목표를 세웠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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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중국의 저가 철강에 밀려 국내 철강 생태계가 위협받고 상황에서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국 내 소화되지 못한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들이 대거 유입되며 국내 철강업체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공급과잉’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쉽게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이 쿼터를 풀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동일하게 25%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나서며 위기가 한층 가중된 상황이다.
정부는 우선 이 같은 위기에 반덤핑 관세 부과로 맞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20일 현대제철 지난해 12월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 저가 공급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신청한 데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무역위는 중국산 후판에 대해 중국 기업에 최대 38%의 잠정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또 지난 1월에는 중국산 스테인리스 후판에 21.62%의 반덤핑 잠정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반덤핑 관세 부과는 단지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국내 공급과잉 완화, 그린철강 가속 등 근원적인 경쟁력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