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뒤 실거주를 계획하고 일단 세를 안고 계약을 했는데 갑자기 갭투자 대출 규제가 강화된다고 해 잔금이 나올지 확신할 수 없게 됐다. 계약을 취소해야 할지 고민돼 잠도 못 자고 있다.”(서울 마포구 내 아파트 갭투자 계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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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토허제로 묶이게 될 강남과 용산은 23일 자정까지 갭투자 계약을 마치려는 매수자들이 일시적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고, 토허제에서 제외되며 풍선효과가 기대되는 마포, 성동, 강동의 경우 매물이 빠르게 거둬들이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토허제 지정에서 제외된 다수 지역의 수요자들도 갭투자 대출이 막힐까 우려하고 있다.
◇“24일 전에 사자” 막판 급매 매수 몰려…비허가구역은 ‘관망세’로
토허제 확대 재지정을 앞둔 마지막 주말인 22일과 23일 강남과 용산 일대에선 막판 급매물 매수세가 몰렸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소는 “갭투자를 하려는 매수자들은 웃돈을 주더라도 24일부턴 갭투자가 막히니 하루 이틀 안에 빨리 계약하고 싶어하고, 매도자들은 토허제로 묶이면 집을 팔기가 어려우니 하루 이틀 안에 1억원에서 크게는 3억~4억원이 떨어진 금액에도 팔려도 급매물을 내놓고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잠실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매매 호가가 32억원까지 올랐으나 이보다 최대 4억원 낮은 28억∼29억원에 다수가 거래됐다.
반면 급하게 매도할 필요가 없는 대부분의 매물들은 토허제 지정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을 예상해 매물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마포구·성동구·강동구 등 강남구와 용산구 인근 지역으로 일명 ‘풍선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지역에서 이런 현상읃 두드러졌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마포구와 성동구의 아파트 매물은 토허제 지정 발표가 있기 직전인 지난 18일에 비해 마지막 매물 집계일인 지난 21일 각각 30건 안팎으로 매물이 줄었다.
◇갭투자 대출 막힐까…마포·성동 넘어 노·도·강도 시름
또 토허제가 지정되는 강남권과 용산 외에도 전반적인 갭투자에 대한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당장 서울 전역에서 단순 시세차익을 노린 갭투자는 물론이고, 상급지로 갈아탈 계획을 하던 잠재적 실수요자들의 시름도 깊어졌다.
상대적으로 집값 상승 분위기에서 빗겨나 있던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마저도 이번 대책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달 아파트를 매수하고, 임차인을 구하면서 그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르려고 했던 계약자가 갑자기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을 막는다는 소식에 좌불안석”이라며 “지금 잔금 마련 때문에 비상이 걸린 매수자들이 한둘이 아니다”고 전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시장에 혼란만 가중하고 있는 토허제 확대 재지정을 두고 토허제 지정 기한인 6개월 뒤에는 광역 단위 허가구역 지정을 재검토하고, 투기우려가 없는 단지는 제외하는 등 손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시가 강남 토허제 해제 후폭풍에 놀라 갑자기 무리하게 확대 지정한 측면이 있는데 정책이 일관되지 못하면서 시장에 혼란만 가중하게 된 상황”이라며 “사유재산 침해 논란을 고려해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