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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혈성 심장 질환이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심장 근육이 충분한 혈액을 받지 못하는 질환이다. 증세가 심한 경우 심정지를 초래할 수도 있어 빠른 치료가 필수적이다.
허혈성 심장 질환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스텐트 시술’과 ‘관상동맥우회술’이다. 스텐트 시술은 좁아진 혈관을 풍선으로 넓힌 뒤, 다시 좁아지지 않도록 ‘스텐트’라는 그물망을 삽입하는 방법이다. 시술이 간단하고 회복이 빨라 대부분의 경우 다음 날 퇴원이 가능하다. 반면 관상동맥우회술은 좁아진 혈관을 직접 건드리지 않고, 몸의 다른 건강한 혈관을 이용해 우회로를 만들어주는 수술이다. 개흉(가슴을 여는 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회복 기간이 길지만, 스텐트 시술에 비해 장기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다.
스텐트 시술은 간편하고 회복이 빠른 장점이 있지만, 관상동맥우회술이 효과적인 이유는 치료 방식의 근본적인 차이에 있다. 스텐트 시술은 좁아진 혈관을 직접 넓혀 혈액이 다시 흐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지만, 관상동맥우회술은 건강한 혈관을 활용해 새로운 혈액 공급 경로를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특히, 우회로로 사용하는 ‘내흉동맥’은 동맥경화에 강해 15년 이상 지나도 95% 이상이 정상적으로 유지된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스텐트는 혈관 내부에 인공물질을 삽입하는 것이므로 혈전(피떡)이 생길 위험이 있고, 꾸준한 약물 복용과 관리가 필요하다.
만약 심장으로 가는 3개의 관상동맥이 좁아져 있다면 스텐트 시술을 할 경우 3개의 병든 혈관을 다시 넓혀 재활용 하게 되지만 관상동맥우회술은 3개의 좁아진 혈관과 3개의 건강한 우회로 혈관 총 6개의 경로로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관상동맥우회술이 장기적인 성적에서 스텐트 시술보다 유리한 면이 있다.
물론 이런 장점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관상동맥우회술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 개나 두 개의 비교적 동맥경화성 변화가 심하지 않은 협착이나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 빠른 재개통이 필요한 급성 심근경색 등의 상황에서는 스텐트 시술을 권고한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관상동맥우회술이 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1> 좌전행 분지와 좌회선분지가 갈라지는 뿌리에 해당되는 좌주간 관상동맥의 협착
2> 혈관이 해부학적으로 복잡해 스텐트 시술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
3> 동맥경화성 변화가 심한 다발성 관상동맥질환 (3중 혈관 질환 등)
4> 심장 기능 저하를 동반한 다발성 관상동맥질환 (3중 혈관질환 등)
5> 당뇨를 동반한 다발성 관상동맥질환 (3중 혈관질환 등)
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스텐트보다 관상동맥우회술이 생존율을 높이는 데 더 효과적이다. 미국과 유럽의 심장학회에서는 위와 같은 상황에서 스텐트 시술보다는 관상동맥우회술을 권고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비슷한 치료 지침을 따르고 있다.
많은 환자들이 관상동맥우회술을 꺼리는 이유는 개흉 수술에 대한 부담과 ‘심장을 수술하다가 잘못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관상동맥우회수술은 국내에서도 많이 시행되고 있으며, 다른 비심장 수술과 비교해도 사망률이 높지 않다. 스텐트 시술이 훨씬 더 보편적인 치료법이긴 하지만, 관상동맥우회술이 장기적인 생존율과 치료 효과 면에서 유리한 경우가 분명히 있다. 따라서 담당 의사와 충분히 상담한 후, 자신의 상태에 맞는 최선의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돌아가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심장 건강도 마찬가지다.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여 더 건강한 삶을 누리시는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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