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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벚꽃 개화 들쑥날쑥…관광업계 혼란

이소현 기자I 2025.03.23 13:48:59

지구온난화가 가져온 개화 이상
日 전역 벚꽃 축제 기간 연장
관광객 감소…''벚꽃 산업'' 타격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일본에서 벚꽃 개화 시기가 불규칙해지면서 관광업계가 혼란을 겪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2050년경에는 일본 규슈 일부 지역에서 벚꽃이 피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13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의 우에노 공원에서 한 방문객이 거의 만개한 오오칸자쿠라 벚꽃 아래에서 셀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로이터)


23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일본에선 벚꽃이 흩날리는 졸업식 등 일본인 1억명이 알고 있던 봄의 풍경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일본 규슈 지방에 있는 오이타현 남동부의 해안도시인 쓰쿠미시에서 열리는 벚꽃 축제는 예년보다 개화가 약 3주 늦어져 처음으로 개최 기간을 1주일간 연장했다. 축제 관계자는 “벚꽃이 피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며 개회 예측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시즈오카현 가와즈정에서도 벚꽃 개화가 2주 늦어져 축제 기간이 9일 연장됐다. 벚꽃 개화에 시간이 걸리면서 축제 방문객 목표 80만명 중 54만명만 유치하는 데 그쳐 기대하는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없었다.

일본에서 벚꽃 개화 시기가 들쑥날쑥 한 것은 기후 영향이 크다. 이토 히사노리 규슈대 명예교수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벚꽃의 개화 과정에서 중요한 휴면 상태를 깨는 것이 어려워졌다”며 “벚나무는 겨울철 추위를 충분히 겪어야 봄에 개화하는데 최근 겨울이 따듯해 지면서 나무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토 교수는 일본 기상청의 데이터와 지구 온난화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1981~2000년에 비해 2031~2050년 기온은 2~2.5도, 2081~2100년 기온은 2.5~3도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럴 경우 평균적으로 2032년부터 2050년까지 가고시마와 고치 등에서 벚꽃이 만개하지 않는 해가 생길 수 있으며, 2082~2100년엔 벚꽃이 만개하지 않는 지역이 더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규슈 남부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벚꽃이 피지 않을 가능성도 나온다. 또 벚꽃 개화 시기가 기존처럼 남쪽에서 북쪽으로 순차적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규슈부터 간토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동시에 개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13일 일본 도쿄의 우에노 공원에서 한 방문객이 거의 만개한 이른 개화기의 오오칸자쿠라 벚꽃을 만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벚꽃 시즌은 일본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기 때문에 관광산업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간사이대 미야모토 가쓰히로 명예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벚꽃놀이의 경제 효과는 1조3878억엔(약 13조62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 중 외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율은 사상 최고인 26.3%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관광업계는 개화 상황에 맞춰 대응에 나섰다. 일본 최대의 여행사인 JTB는 벚꽃 투어의 취소 수수료를 출발 15일 전까지 면제하는 정책을 도입했으며, 개화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관광객이 일정 변경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 벚꽃 명소를 여러 곳 방문하는 상품이나 다른 꽃 감상과 결합한 투어도 강화하고 있다.

벚꽃 감상이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대안도 등장했다. 몰입형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도쿄의 코니카 미놀타 플라네타리움은 2021년부터 벚꽃 영상을 상영하기 시작했으며, 기상 조건과 무관하게 벚꽃을 감상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관광 활성화를 위해 벚꽃 보전을 위한 노력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도쿄 치요다구는 벚꽃 보호를 위해 세 차례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으며, 후쿠오카시도 올해 4월부터 처음으로 관련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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