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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부정이나 경영진의 범죄에 대해 사외이사(상법 개정으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독립이사로 명칭 변경)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사외이사는 월 또는 분기에 한 번 정도 업무 보고를 받을 뿐 일상적인 업무 집행에 관여하지 않는다. 이런 사외이사에게 사내이사와 같은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대법원은 이에 관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1다279347 판결 등). 지금까지는 입찰담합과 분식회계가 주로 문제됐다. 대법원은 사외이사 등 상무에 종사하지 않는 이사에게도 감시·감독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다만 그 위반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를 두 가지로 판시했다. 하나는 내부통제시스템을 전혀 구축하지 않았는데도 구축을 촉구하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경우다. 다른 하나는 시스템이 있더라도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다고 의심할 사유가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방치한 경우다. 의심할 사유가 있었는데도 묻지 않았다면 ‘몰랐다’는 말만으로 책임을 벗기 어렵다. 대우건설 입찰담합 사건에서 회사에는 윤리강령과 윤리경영교육 등이 있었지만 법원은 이를 추상적·포괄적 지침 또는 사전 교육에 불과한 것으로 보았다. 담합이 이사회 보고 없이 실무선에서 이뤄졌다는 항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대로 책임을 벗은 사례도 있다. 앞의 책 저자가 관련된 사건이다(서울중앙지법 2021. 2. 4. 선고 2016가합541234 판결). 법원은 사외이사들이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고 보고 청구를 기각했다. 지방법원 판결이지만 전문가의 판단을 믿은 사외이사가 어떤 요건을 갖추면 면책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 준 사례다.
법원이 제시한 요건은 두 단계다. 첫째, 사외이사 스스로 합리적인 조사를 했어야 한다. 재무제표 수치의 불연속, 급격한 증감, 계정 간 모순을 살피고 경영진·담당자·회계사에게 질의하거나 자료를 요구했다면 그 지위에서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조사를 한 것으로 본다. 둘째, 그렇게 조사했는데도 허위 기재를 의심할 합리적 근거가 없어 실제로 재무제표를 믿었어야 한다.
상법 개정은 사외이사의 책임에 잣대를 하나 더 보탰다. 2025년 7월 22일 시행된 개정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넓혔다. 이사는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 이제 계열사 합병, 유상증자, 자기주식 처분처럼 주주 간 이해가 엇갈리는 안건에서는 ‘회사에 이익인가’에 더해 ‘주주 전체에 공평한가’까지 따져야 한다.
앞으로 사외이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결정(informed decision)이다. 대법원이 확립한 경영판단의 원칙은 세 가지를 요구한다(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6다33333 판결 등).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조사·검토해야 한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회사의 최대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고 신의성실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그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아야 한다. 이 요건을 갖추면 결과적으로 손해가 나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경영판단의 원칙은 분식회계나 담합처럼 법령이 금지하는 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외이사의 행동 기준이라는 측면에서는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내부통제를 챙긴다는 것은 시스템이 있는지, 형식에 그치지 않는지, 이상 징후가 있는지를 묻고 확인하는 일이다. 묻고 확인할 수단은 상법에 이미 마련돼 있다. 감사위원회는 언제든지 이사에게 영업에 관한 보고를 요구하거나 회사의 업무와 재산 상태를 조사할 수 있다(제415조의2 제7항, 제412조 제2항). 회사의 비용으로 전문가의 조력을 구할 수도 있다(제415조의2 제5항).
하지만 권한을 조문에 적어 두는 것과, 그 권한을 실제로 쓰는 것은 다르다. 미국과 국내 일부 기업은 감사위원회 규정에 독자적 예산이나 외부 전문가 선임 권한을 두고 있다. 사외이사의 책임이 강화되는 추세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도입을 검토해 볼 만하다.
사외이사의 질문과 기록은 비행기의 블랙박스와 같다. 사고가 나면 무엇을 보고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보여 주는 증거가 된다. 대우조선 사외이사들을 지켜 준 것도 결국 그들이 던진 질문과 남은 기록이었다. 묻고 확인하고 남기는 사외이사만이 회사와 주주, 그리고 자신을 지킬 수 있다.
![[목멱칼럼]사외이사의 면책 조건](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11/PS26110400058.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