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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애플 기기가 생산되는 아시아 국가들에 고율 관세가 부과돼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5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일부 주요 무역 상대국들에 대해서는 오는 9일부터 그보다 더 높은 상호관세가 부과된다. 무역 상대국의 관세 및 비관세 무역장벽에 따라 미국 기업이 받는 차별을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한국 26%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등이다.
애플은 중국에서 가장 많은 아이폰을 생산하는 등 공급망에 있어 아시아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 애플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관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불거진 공급망 문제 등으로 인해 중국 뿐만 아니라 인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으로 생산 거점을 다각화했다.
특히 중국은 종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부과한 보편관세 20%까지 더하면 총 관세율이 54%에 달한다. 이러한 관세 정책이 지속된다면 애플은 추가 비용을 자체적으로 감당하거나 이를 고객에게 전가하는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모건 스탠리의 애널리스트 에릭 우드링은 “애플이 공급망을 다각화한 베트남, 인도, 태국과 같은 시장에 대한 상호관세가 모두 부과돼 피할 곳이 없다”면서 “관세 가격을 상쇄하기 위해 애플은 미국에서 제품 라인 전반의 가격을 17~18%까지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월가에선 아이폰 가격이 현재보다 최대 40%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젠블래트증권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에서 799달러(약 116만원)로 출시된 최신형 아이폰 16의 가장 저렴한 모델이 최대 1142달러(약 165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고가 모델인 아이폰 16 프로 맥스는 현재 1599달러(약 232만원)에 판매 중이나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이 오른다면 거의 2300달러(약 334만원)에 이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한 것으로, 가격 인상은 미국 내에서 한한다. 트럼프 집권 1기 때에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됐으나 당시 애플은 일부 제품에 대해 면제를 받았다.
로젠블래트증권의 바튼 크로켓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상징과도 같은 애플이 지난 집권 1기때처럼 특별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처럼 아이폰의 급격한 가격 인상이 현실화되면 스마트폰 수요를 위축시키고, 애플이 삼성전자(005930)에 경쟁 우위를 넘겨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 갤럭시의 경우 아이폰과 달리 미국 판매 제품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크로켓 애널리스트는 “단순 계산만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애플에 최대 400억 달러(약 58조원) 손실을 안길 수 있다”면서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