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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의사들 다 떠났지만..환자 심장 뛸때 남길 잘했다 생각"

안치영 기자I 2025.04.16 06:41:30

■신의열전-장효준 한양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고난도 수술 마다 않는 폐·식도 전문가…병원 ‘올라운더’
“피부미용 고민했지만…흉부외과 선택으로 보람 찾았다”
“정당한 보상·사명감 고취 필요…체력 지킬 환경 만들어야”

[편집자 주] 의정갈등 속 필수의료 분야에서의 의료공백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묵묵히 의료 현장을 지키며 중증 및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한 의술에 땀 흘리는 대한민국 의사들을 조명하고자 ‘신의열전(信醫列傳)’을 연재합니다.

장효준 한양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사진=한양대병원)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심장혈관흉부외과 전임의 당시 주말에 격주로 한 번 집에 들어갔다. 집에 가니 아내가 ‘(전임의를) 그만두고 나와서 개원하고 피부미용·머리 심기하자’해서 많이 다퉜다. 그래도 계속 흉부외과에 남았던 것은 나가서 피부미용하고 레이저 시술하는 내 모습이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다. 삶의 질도 더 좋았겠지만 그런 환자들 보면 내 삶이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내 행복을 위해 가족을 희생시켰지만 가족은 끝까지 나를 지지해줘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장효준 한양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한양대병원의 몇 안 되는 흉부외과 교수다. 고난도 수술을 마다치 않는 폐·식도 전문가이지만 중증 외상환자와 에크모(체외막산소요법) 환자도 치료하는 병원 내 흉부외과 ‘올라운더’다. 외래 진료 보다가 응급 환자가 생겨 뛰쳐나가고 집에 들어왔다가 다시 응급 상황이 발생해 병원으로 뛰어가며 숨 가쁜 하루를 보낸다.

바쁜 와중에도 본인의 전공인 폐·식도 분야 고난도 수술을 마다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는 주로 집도하는 폐암 수술뿐만 아니라 남들이 꺼리는 폐결핵 진균(곰팡이) 수술도 도맡아 한다. 한 40대 환자는 결핵을 앓고 곰팡이가 자라 폐를 절제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장 교수는 다른 병원에서 ‘치료 못한다’며 돌려보내는 이 환자를 붙들고 어떻게든 살리겠다며 수술을 감행했다. 이 환자는 6개월 뒤 완치돼 걸어서 퇴원했다. 다만 수술이 필요한 감염 환자는 치료할수록 손해가 발생하고 감염 관리가 어려워 모든 병원이 꺼린다. 이와 관련, 장 교수는 “정부가 이러한 현상을 개선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환자를 살리는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그 또한 예전에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대부분 흉부외과 선택은 ‘마음이 끌려서’ 하는데 현실을 맞닥트리고 힘겨워한다. 이 과정에서 흉부외과를 떠나는 이도 적지 않다. 그래도 그는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남아 있다’고 한다. 그는 “‘내가 아니면 환자를 살리지 못했다’라는 성취감과 환자의 감사인사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희생만 하라고 하면 흉부외과를 할 수 없다, 그러한 보람에는 내 시간이 없고 삶이 환자로 가득 찰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흉부외과 전문의는 소수 정예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후배가 흉부외과 전문의를 꿈꾸며 들어올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국에서 한 해 약 20명의 새내기 의사가 흉부외과 전문의로 넘어간다면 적은 게 아니다”라며 “사명감과 보람으로 가득 찬 정예가 흔들리지 않고 흉부외과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부가 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하겠다는 뜻을 지닌 젊은 의사가 떠나지 않도록 최소한의 요건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로 체력이 소진되지 않을 수준의 근무 환경과 인원이다.

그는 정부가 필수의료로 일컫는 진료과에 더는 젊은 의사들이 지원하지 않는 이유로 사명감과 보람을 꺾는 환경을 꼽았다. 그는 “환자 사망에 대한 도의적 책임에 법적 책임까지 더하는 분위기 때문에 필수과를 꺼린다”면서 “힘들어서 선택 안 하는 게 아니라 노력해 만들어낸 보람을 잃을까봐 선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적은 인원과 열악한 인프라 때문에 점점 업무가 버거워지면 결국 의료 사고가 발생하고 그간 쌓아 왔던 노력은 한순간 물거품이 된다. 이러한 고리를 끊을 수 있게끔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흉부외과가 쉬울 거로 생각해서 지원하는 후배들은 없다고 본다”면서 “납득할 만한 정당한 보상과 사명감, 그리고 최소 기준 이상의 근무 환경과 인원이 있다면 그래도 의사라는 삶 속에서 보람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효준 교수 △한양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전공의 △부천세종병원 흉부외과·성인심장외과 전공 전임의 △한양대학교병원 흉부외과 폐·식도 전공 전임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폐·식도 진료 조교수 △한양대학교 병원 흉부외과 폐·식도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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