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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파월 의장을 “많은 이들이 금리에 대한 ‘선제적 인하(preemptive cuts)’를 요구하고 있다”며 “현재 미국에 사실상 인플레이션이 없다. 에너지와 기타 여러 물가 항목이 하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비용들이 예측한 대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의사결정이) 너무 늦는 사람’(Mr. Too Late), 즉 중대한 패배자인 그가 지금 당장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경제는 둔화할 수 있다”고 트럼프는 덧붙였다.
미국의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준 역시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가 느려진 점과 관세로 인한 물가 압력 등을 우려하며 금리 인하를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아닌 연준의 금리 인하 중단이 경제를 둔화하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프레임을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프란체스코 비안치는 “트럼프의 위협 이후 사람들은 연준이 금리를 인하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며, 이것이 중요한 문제”라며 “무언가 잘못되면 연준의 잘못이라는 방향으로 여론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은 연준의 실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1기에서 감세안을 통과시킨 이후 연준이 금리를 계속 인상하자 분노했고 트윗으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재차 압박했다”며 “시장은 실제로 연준에 대한 이러한 압력으로 인해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거나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정치에 따라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2018년 말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이듬해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했다.
이를 고려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파월 의장에 대한 사퇴를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파월 해임 가능성을 타진했으며, 일부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금요일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파월을 해임할 수 있는지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기 직전에도 파월을 강하게 비판하며 연준이 금리 인하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회담 당시 기자들이 파월 의장에 대해 묻자 “그에게 불만이 있고 그 사실을 알렸다”며 “내가 그를 내보내고 싶다면 그는 정말 빨리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튿날인 18일에도 “연준 의장이 자신이 하는 일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며 “그는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압박에도 파월 의장은 독립성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고수하고 있다. 그는 지난주 시카고 경제클럽 연설에서 “관세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문제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점을 연준은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격 안정은 강한 고용시장을 이루기 위한 핵심 요소”라며, 연준은 정부 정책 변화의 경제적 영향을 좀 더 명확히 파악한 후에야 금리 조정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파월 의장은 연준의 독립성은 법률에 의해 보장되어 있으며,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해임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트럼프의 발언은 전 세계 중앙은행 관계자들과 경제 정책 결정자들이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세계은행 춘계 회의를 앞두고 나왔다.
파월 해임 가능성은 낮아…美자산 폭락 불가피
트럼프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파월 의장을 해임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법적으로도 불가능한 데다 임기가 1여년 남은 상황에서 파월을 무리하게 해임할 경우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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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 에버코어에서 글로벌정책 및 중앙은행 전략팀을 총괄하는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CNBC 방송 인터뷰에서 “만약 실제로 연준 의장을 해임하려 한다면 채권금리 상승, 달러 가치 하락, 주식 투매 등 강한 시장 반응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CNBC 스쿼크박스에 출연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릴 것이라는 장기적 기대는 매우 중요했고, 이를 위해 연준의 독립성은 중대하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기적으로 정치적 간섭이 있을 경우, 더 높은 인플레이션과 더 나쁜 성장, 더 높은 실업률로 이어질 것”이라며 “왜냐하면 어려운 시기에 단호한 조치를 취하려는 의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