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성장률이 거꾸로 갔다. 24일 한국은행은 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전기대비 - 0.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한은이 전망한 0.2%를 0.4%포인트 밑도는 수준이다. 내수 회복, 관세 대타협 등 극적인 전환이 없는 한 올해 성장률은 잘해야 1%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22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에서 1%로 반 토막 냈다.
과거에도 성장률이 종종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있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코로나 사태 같은 대형 사건이 터졌을 때다. 그러나 그땐 2~3개 분기 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는 회복력을 보였다. 지금은 다르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자체가 약해진 데다 트럼프 관세라는 폭풍까지 덮쳤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1~20일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5.2% 줄었고, 특히 대미 수출은 14.3% 감소했다. 이러다 2% 잠재성장률은커녕 일본처럼 고질적인 저성장의 늪에 빠질까 걱정이다.
성장은 고용과 직결된다. 특히 젊은층이 타격을 입는다. 정치권도 심각성을 모르지 않는다. 대선 유력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은 지난주 출범식에서 2030년까지 잠재성장률을 3%로 높이는 목표를 제시했다. 핵심 수단으로 인공지능(AI) 활성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내세웠다. 다른 후보들도 하나같이 AI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그게 다가 아니다. 기득권을 깨고 고통을 분담하는 제도적 혁신도 중요하다. 한국은 노동생산성이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다. 이를 높이려면 정규직의 과도한 고용보호를 완화하고, 연공서열식 호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바꿔야 한다. 외국의 우수 인재에게 문을 활짝 여는 ‘레드카펫’ 정책도 필요하다. 스스로 발목을 잡는 자해성 입법은 제발 하지 말아야 한다. 신규 투자를 가로막고 소송 남발을 부를 우려가 큰 상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노조의 불법파업을 조장할 수 있는 ‘노란봉투법’도 마찬가지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은 반도체·자동차·철강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고통을 각오하고 수술대에 오르지 않으면 성장률은 마이너스 질곡에서 벗어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