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X

호텔급 고기 내놓는 AI 로봇…“육즙은 가두고 매출은 20%↑”[르포]

김세연 기자I 2025.03.17 07:50:00

AI 로봇 도입에 고기 굽는 시간 2분의 1로 단축
고기 재주문 증가로 이어져
AI가 초벌 하는 동안 직원은 다른 업무…매장 효율성↑
“한결같은 맛, 프랜차이즈 시장 진출에도 도움돼”

[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고객에게 고기를 구워주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더라고요. 초벌 굽기를 전문으로 하는 직원 1명을 더 뽑아야 하나 싶었는데 이 로봇 덕분에 일이 수월해졌습니다.”(용돼지 사장 이용수씨)

13일 서울 용산구의 고깃집 ‘용돼지’에서 고기 굽는 AI 로봇이 삼겹살을 굽고 있다.(사진=김세연기자)
지난 13일 오후 6시께 찾은 서울 용산구의 한 고깃집 ‘용돼지’에는 조금은 특별한 직원이 있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사람들이 하나 둘 가게 안으로 들어왔고, 투명 창 덕분에 안이 훤히 보이는 주방에서는 눈웃음을 지은 직원 2명이 삼겹살을 굽기 시작했다. 바로 고기 굽는 인공지능(AI) 로봇 ‘그릴X’다.

◇고기 굽는 시간 2배 단축…매출은 20% 올라

주방 한켠에 자리 잡은 2대의 AI 로봇은 전원 버튼을 누르자 고기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홀에서 보이는 화면은 ‘AI Grill Robot’, ‘Grill X’라는 문구와 웃는 모습의 이모티콘이 번갈아가면서 나타난다. 주방 안에서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에는 고기가 얼마나 구워졌는지 완성되기까지 몇 %가 남았는지 진행상태를 보여준다.

13일 방문한 서울 용산구의 고깃집 ‘용돼지’ 냉장고에 평균 3.5㎝ 되는 삼겹살이 들어있다.(사진= 김세연기자)
용돼지가 취급하는 주된 메뉴는 평균 3.5㎝, 두꺼운 고기는 6㎝는 족히 돼 보이는 두꺼운 삼겹살이다. 삼겹살을 와이어로 된 그릴 위에 얹고 시작 버튼을 누르자 달궈진 불판 위로 삼겹살을 품은 그릴이 내려간다. 10~20초마다 뒤집기를 반복하자 모니터의 진행상태를 나타내는 숫자는 점점 올라간다. 매장 안의 고객들은 “지금 AI가 고기를 굽는 거냐”며 신기해하며 로봇이 고기를 굽는 과정을 바라보기에 여념이 없다. 그 사이 감칠맛, 육즙 등을 나타내는 세부 진행상태는 가장 알맞게 익은 상태에 가까워져 간다. 진행상태가 100%가 됐다는 건 초벌이 완료돼 매장 테이블에서 20~30%만 더 구우면 된다는 뜻이다.

13일 서울 용산구의 고깃집 ‘용돼지’ 매장이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사진=김세연기자)
AI 기술로 삼겹살을 초벌하는 동안 직원들은 주문을 받고 반찬을 준비하거나 찌개를 만든다. 이전에는 매장에서 20분 정도 고기를 구웠지만 초벌구이를 한 고기를 들고 나가 약 5분만 마무리하면 된다.

용돼지 점장 김우중(41) 씨는 “전에는 생고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테이블에서 굽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그릴X를) 도입한 지 2개월 정도 됐다. 도입하니 굽는 시간은 절반 정도로 줄고 매출도 2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고기를 구울 때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분석해 AI가 고기를 과학적으로 굽다보니 굽기 시간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이 시간동안 직원은 다른 업무를 볼 수 있어서다. 고객이 고기를 더 빨리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재주문율이 높아지고 매출이 덩달아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일정한 고기 맛에 방문객들의 만족도도 높다.

이 가게 단골이라는 박수연(34) 씨는 “같은 고깃집에 가더라도 매번 맛이 다른 경험이 많다”며 “이곳은 AI 기술로 고기 맛이 항상 같아서 자주 온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또 다른 고객 빈승우(28) 씨는 “직원이 앞에서 구워주면 편하긴 해도 일행과 대화하기가 어려웠다”며 “이곳에선 AI로 초벌구이를 해서 고기가 나와 여유시간에 일행과 대화도 나눌 수 있고 테이블에서 굽는 시간이 줄어들어 더 편하게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위별 맞춤형 AI…프랜차이즈 확장에 유용

AI 로봇은 매장에서 취급하는 고기에 맞춰 제작된다. 항정살, 삼겹살부터 스테이크용 소고기와 장어까지 고기, 생선 가리지 않고 수십 가지의 구이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용돼지는 삼겹살을 취급하는 매장인 만큼 삼겹살에 맞춰 AI를 세팅했다. 여기에 더해 용돼지가 추구하는 굽기 정도 등 세부 사항을 전달했고, AI 그릴 로봇 제작사인 비욘드허니컴은 그에 맞춘 AI 소프트웨어(SW)를 탑재한 그릴X를 용돼지에 임대 제공했다.

삼겹살에 맞게 세팅된 AI 그릴 로봇이 13일 서울 용산구 ‘용돼지’에서 삼겹살을 굽고 있다.(사진=김세연기자)
맞춤형 제작과 최상의 고기 상태로 구워내는 기술이 가능한 것은 비욘드허니컴이 조리테스트를 통해 확보한 약 50만건의 푸드 데이터 덕분이다. 셰프 등 전문가 군단은 고기의 가장 맛있는 상태를 수치화하고 이 상태에 도달하기까지 어떤 조리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AI 로봇에 입력했다.

한결같은 맛을 내는 AI 로봇은 프랜차이즈화를 꾀하는 자영업자에겐 좋은 도구가 된다.

용돼지 사장 이용수(43) 씨도 “프랜차이즈로 확장할 생각을 가지고 AI 로봇을 도입했다”며 “어떤 직원이 굽던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을 낼 수 있고 어느 정도 기틀이 마련됐으니 프랜차이즈로 확장할 기반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욘드허니컴은 그릴X를 국내 더 많은 지점에 확대하고 더 나아가 미국 시장으로의 진출도 꾀하고 있다. 고깃집뿐만 아니라 홈 디바이스로의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비욘드허니컴 관계자는 “버튼만 누르면 유명 셰프의 조리법대로 집에서 고기를 먹게 되는 미래를 이끌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배너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Not Authoriz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