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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굽는 시간 2배 단축…매출은 20% 올라
주방 한켠에 자리 잡은 2대의 AI 로봇은 전원 버튼을 누르자 고기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홀에서 보이는 화면은 ‘AI Grill Robot’, ‘Grill X’라는 문구와 웃는 모습의 이모티콘이 번갈아가면서 나타난다. 주방 안에서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에는 고기가 얼마나 구워졌는지 완성되기까지 몇 %가 남았는지 진행상태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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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돼지 점장 김우중(41) 씨는 “전에는 생고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테이블에서 굽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그릴X를) 도입한 지 2개월 정도 됐다. 도입하니 굽는 시간은 절반 정도로 줄고 매출도 2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고기를 구울 때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분석해 AI가 고기를 과학적으로 굽다보니 굽기 시간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이 시간동안 직원은 다른 업무를 볼 수 있어서다. 고객이 고기를 더 빨리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재주문율이 높아지고 매출이 덩달아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일정한 고기 맛에 방문객들의 만족도도 높다.
이 가게 단골이라는 박수연(34) 씨는 “같은 고깃집에 가더라도 매번 맛이 다른 경험이 많다”며 “이곳은 AI 기술로 고기 맛이 항상 같아서 자주 온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또 다른 고객 빈승우(28) 씨는 “직원이 앞에서 구워주면 편하긴 해도 일행과 대화하기가 어려웠다”며 “이곳에선 AI로 초벌구이를 해서 고기가 나와 여유시간에 일행과 대화도 나눌 수 있고 테이블에서 굽는 시간이 줄어들어 더 편하게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위별 맞춤형 AI…프랜차이즈 확장에 유용
AI 로봇은 매장에서 취급하는 고기에 맞춰 제작된다. 항정살, 삼겹살부터 스테이크용 소고기와 장어까지 고기, 생선 가리지 않고 수십 가지의 구이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용돼지는 삼겹살을 취급하는 매장인 만큼 삼겹살에 맞춰 AI를 세팅했다. 여기에 더해 용돼지가 추구하는 굽기 정도 등 세부 사항을 전달했고, AI 그릴 로봇 제작사인 비욘드허니컴은 그에 맞춘 AI 소프트웨어(SW)를 탑재한 그릴X를 용돼지에 임대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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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은 맛을 내는 AI 로봇은 프랜차이즈화를 꾀하는 자영업자에겐 좋은 도구가 된다.
용돼지 사장 이용수(43) 씨도 “프랜차이즈로 확장할 생각을 가지고 AI 로봇을 도입했다”며 “어떤 직원이 굽던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을 낼 수 있고 어느 정도 기틀이 마련됐으니 프랜차이즈로 확장할 기반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욘드허니컴은 그릴X를 국내 더 많은 지점에 확대하고 더 나아가 미국 시장으로의 진출도 꾀하고 있다. 고깃집뿐만 아니라 홈 디바이스로의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비욘드허니컴 관계자는 “버튼만 누르면 유명 셰프의 조리법대로 집에서 고기를 먹게 되는 미래를 이끌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