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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의료 AI의 발전과 의료격차 해소

최은영 기자I 2025.03.28 05:15:00

윌 폴킹혼 니드 대표

[윌 폴킹혼 니드 대표] 최근 수십 년간 암 치료는 분자 수준의 기전을 더 정확히 이해하게 되면서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이제는 암을 ‘하나의 병’이라기보다 수천 가지의 개별 질병으로 인식하고 각각에 맞는 치료법을 적용한다. 하지만 이렇듯 방대한 혁신적인 치료 기술을 의사와 병원이 일관성 있게 제공하기는 쉽지 않다.

윌 폴킹혼 니드 대표.
암 치료의 핵심은 단순히 수술·항암치료·방사선 치료만이 아니다. 환자의 병력을 비롯해 검사·영상·조직 분석으로 암의 유형과 전이 범위를 파악해야 하고 여러 전문의가 모여 개개인에게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문제는 복잡하고 자주 바뀌는 임상 지침을 모든 병원과 의사가 일관되게 따라가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특히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 병원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의 ‘빅5’ 병원처럼 세분화한 암 전문팀을 갖추기 어려워 치료 격차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한국도 이러한 문제에서 예외는 아니다. 서울에 집중된 대형 병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암 치료 성적을 내고 있지만 전국의 모든 암 환자가 그 혜택을 누리긴 쉽지 않다. 향후 10년 동안 한국의 암 발병률은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수도권 대형 병원의 대기 기간은 점점 길어지고 의료진은 하루에 많은 환자의 진료를 소화해야 한다. 반면 지역 병원은 인프라 부족으로 환자를 효율적으로 분산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결국 환자는 ‘어느 병원을 가느냐’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인력 수급 문제가 이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이 단순히 더 많은 의사를 양성하거나 더 나은 의사를 배출하는 데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신 보다 나은 기술에 그 해결책이 있다. 기술 발전, 특히 인공지능(AI)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암 치료 워크플로의 수준을 높이고 환자가 어느 병원을 방문하든지 최적의 치료를 받도록 도울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연구자들은 의사가 보다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암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돕는 최첨단 AI 모델을 개발해 왔다. 예를 들어 과학자들의 발표에 따르면 표준 유방촬영술 검사에서 의사들이 유방암을 약 20% 놓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AI 모델은 이러한 검사 데이터를 분석해 의사가 놓친 암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초기 위험 요인을 식별하고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는 환자들의 미래 암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

실제로 암 진단 및 치료 계획 수립 과정까지는 무려 37개에 달하는 복잡한 워크플로가 필요한데 이러한 복잡한 워크플로를 효율화하기 위해 AI를 활용한 혁신적인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다. 암종별로 특화한 AI 지식을 축적하기 위해 전 세계 현직 의료진 및 연구진과 협력해 환자 의무기록을 요약·분석하는 기술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렇게 ‘AI 에이전트’가 내놓는 결과물을 전문의들이 검토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데이터의 신뢰도와 품질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이중 구조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면서도 치료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이렇듯 AI와 사람이 협업해 모든 진단·치료 단계마다 데이터 신빙성을 보장하고 반복적인 절차를 줄이면 병원 간 격차 또한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역 병원에서도 대형 병원 수준의 전문 진단과 치료 프로세스를 구현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누구든지, 어느 지역에 살든지 최선의 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복잡한 진단·치료 과정을 일관된 품질로 구현하려면 ‘더 많은 의사’가 아니라 ‘더 나은 기술’을 통해 병원 간 격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의료계·테크기업이 힘을 모아 AI를 비롯한 혁신 기술을 빠르게 보급해 암 환자들이 차별없이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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