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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철거보다 방치가 싸"…지방세 개편·자자체 예산 지원 시급

남궁민관 기자I 2025.04.15 05:00:10

[방치된 빈집]②美·日·英 '빈집세' 도입 곳곳
韓, 작년 직권 빈집철거 시행 지자체 단 5.5%에 불과해
빈집 철거하면 재산세 느니…자진 철거 유인도 없어
제한적 예산에 가이드라인 미비…재원 마련 개정안도 계류 중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일본 교토시는 내년부터 ‘교토시 비거주 주택 활용 촉진세 조례’에 따라 1년 중 30일 이상 비어 있는 집에 주택 평가액의 0.7%, 토지 평가액의 0.15~0.6%를 빈집세로 부과할 예정이다. 일본은 이미 2015년부터 위해성이 높은 빈집을 ‘특정빈집’으로 지정, 주택용 토지에 적용하던 과세특례(과세표준의 3분의 1 또는 6분의 1만 적용)에서 제외하는 페널티 제도도 운영 중이다. 2023년 기준 전국 900만호에 달하는 빈집을 이른바 ‘빈집세’를 통해 방치하지 못하게 하고 소유자 스스로 정비 또는 철거하게끔 하려는 유인책이다. 전세계로 시야를 넓혀보면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 도시들이 이같은 빈집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충북 제천시 빈집철거 주민 공동이용시설 조성사업 사례.(자료=빈집애)
올해 초고령 사회(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이 20% 이상인 사회) 본격 진입과 함께 저출산 문제를 함께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빈집 문제가 사회 현안으로 떠올랐다. 정부 역시 팔을 걷어붙이고 지난해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가 손을 잡은 ‘범부처 빈집 태스크포스(TF)’ 출범, 올해 상반기 중 ‘빈집 정비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관련 법령 제·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전문가들은 이참에 △‘빈집세’를 비롯, 소유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 지방세 개편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가이드라인 구축 △추가적 재원 방안 마련 등 종합적이고 세부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방치된 빈집 재산세가 철거보다 싸다

14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행정조사 결과 직권 빈집 철거를 시행해 본 지자체는 146곳 중 8곳(5.5%)에 그쳤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해본 지자체는 4곳(2.7%) 수준이었다. 소유자가 자발적으로 빈집을 정비 또는 철거하도록 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발간한 ‘빈집 정비를 위한 지방세 현황 및 향후 과제’에 따르면 정부는 빈집 정비 지원을 위해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해부터 시행했지만, 여전히 빈집을 방치한 소유자보다 철거한 소유자가 부과하는 재산세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개정안은 빈집 철거 후 나대지를 별도합산과세 대상으로 보는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주요 골자다. 별도합산과세 대상 과세표준별 재산세 세율은 △2억원 이하 0.2% △10억원 이하 0.3% △10억원 초과 0.4%, 종합합산과세 대상은 △0.5억원 이하 0.2% △1억원 이하 0.3% △1억원 초과 0.5%다. 상대적으로 세율이 높은 종합합산과세 대상이 되는 시기를 늦추는 혜택을 줘 노후 빈집 철거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와 관련 “개정 이후에도 여전히 빈집을 철거하지 않고 주택분 재산세를 내는 것이 철거 후 토지분 재산세를 내는 것보다 부담이 적은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빈집의 과세표준이 1억원일 때 부과되는 재산세가 10만원(1가구 1주택(9억원 이하) 기준 과세표준 1.5억원 이하 세율 0.1% 단순 적용)인데, 빈집을 철거하면 재산세가 20만원(별도합산과세 대상 토지분 재산세 세율 0.2% 단순 적용)이다. 다주택자 여부 및 주택 공시가격 수준에 따라 변수는 많지만, 통상 빈집을 방치했을 때보다 철거했을 때 재산세가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류영아 국회입법조사처 행정안전팀 입법조사관은 “빈집 철거 후 나대지의 재산세를 일정 기간 감면해주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철거된 빈집 부지를 주차장·쉼터·공원·텃밭 등 공익적 용도로 활용하는 경우 재산세를 일정 기간 50~100% 감면하거나, 철거 전 주택 세액 수준으로 동결해 주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철거명령이 내려졌음에도 장기간 방치된 빈집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지역자원시설세나 이행강제금 등 추가적인 재정 부담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이마저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판단된다면 빈집세를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빈집 철거 전후 재산세 현황.(자료=국회입법조사처)


지자체 예산 ‘제한적’…재원 확보·운영 가이드라인 시급

빈집 정비·관리를 위한 재원 마련은 점진적으로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50억원이었던 빈집 철거비 지원 예산을 올해 100억원으로 증액하고, 16개 시도 1500호의 빈집 철거를 목표로 세웠다. 지자체 경상보조사업(보조율 70%)으로 1호당 농어촌 500만원, 도시 1000만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다만 빈집애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빈집은 13만 4055호에 이르는 만큼, 지자체 입장에선 정부의 이같은 지원은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다만 지원 예산 증액은 제한적인 만큼 지자체는 빈집 정비·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가이드라인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가 5년 주기로 빈집 정비·관리 계획을 손보기로 하면서 각 지자체에선 안그래도 부족한 예산을 이 기간 효율적으로 분배해 집행하는 데에 고민이 크다”며 “각 빈집별 안전조치, 철거, 지자체 매입 여부 등과 함께 개발 방향성도 주택 또는 관광시설, 주차장 등 지자체 상황별로 다양해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고하희 대한주택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소유자가 빈집을 관리하는 데에 경제·행정적 문제를 겪고 있다면 이를 지자체 공유재산으로 편입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이후 정비를 거쳐 저소득층·청년층 임대 주택으로 활용하거나 용도를 상업용으로 전환, 저렴한 대부료를 통해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방안 등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국회에는 농어촌을 중심으로 빈집 정비·관리를 위한 재원 마련을 담은 여러 법안들이 계류 중인 만큼 관련 논의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 등 11명이 발의한 특별법안에는 관할관청장이 빈집 정비 사업비 일부를 보조 또는 출자·융자하거나 융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담았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 등 18명이 지난달 발의한 특별법안에는 정부가 농어촌 빈집정비기금을 설치하는 방안을 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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