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관계자는 11일 “원·달러 환율이 다소 하락한다고 해도 그동안 급등했던 영향이 올 하반기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다만 기업의 경영 여건이라든지 가격 정책에 따라서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는 시기나 폭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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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 기간 지속하고 있는 고환율로 생활 물가는 이미 들썩이고 있다. 국내 수입물가는 최근 넉 달 연속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 기준 수입물가는 전월보다 2.3% 올랐다. 지난해 8~9월 내림세를 이어가다 같은 해 10월 반등한 이후 넉 달 연속 상승세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6.6%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해 커피(94.3%), 소고기(16.6%), 비금속가구(15.4%) 등이 급등했다.
대표 먹거리인 라면과 만두, 햄, 빵, 커피 등의 가격도 잇따라 오르고 있다. 농심은 오는 17일부터 56개 브랜드 중 신라면과 새우깡 등 17개 브랜드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키로 했다. CJ제일제당도 이달부터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만두, 햄, 소시지 등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스타벅스 코리아와 폴바셋, 할리스, 파스쿠찌, 컴포즈커피 등 커피 프랜차이즈도 잇따라 가격을 올렸다.
환율 전가 효과는 단기(3개월 이하)와 장기(4~12개월)가 각각 6대 4의 비율로 나타났다. 비상 계엄 사태가 있었던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누적 환율 상승률은 9%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높은 수준까지 올랐던 환율이 올 상반기는 물론 하반기에 걸쳐 물가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환율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대표적 품목은 △도시가스 △치킨 △승용차 임차료 △벽지와 바닥재 등의 주택수선재료 △식용유 △떡볶이 등으로 손꼽힌다. 단기·장기 민감 품목에 모두 포함돼 상반기는 물론, 하반기에도 가격이 더 상승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내수 부진과 경기 둔화 등에 따라 연간 소비자물가는 2%대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기 상황과 기업들의 가격 인상 기조 등에 따라 생활 물가나 서비스 물가 상승으로 체감 물가 고통이 심해질 전망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지금의 고환율 추세가 지속할 경우 원가 부담도 맞물리면서 하반기 갈수록 물가에 부담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서비스 물가가 견조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