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국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유산취득세 전환 방침을 두고 기존 유산세 구조에서 감세를 추진하겠다는 최근 여야 간 합의와 동떨어진 ‘엇박자’ 행보라고 비판했다. 이에 정부안대로의 국회 통과는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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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 국회에서 상속세법 전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될 것을 전제로 2028년부터 시행을 목표 삼았다. 이달 입법예고, 다음달 공청회를 거쳐 오는 5월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며 “국회 일정을 고려하며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산취득세로의 과세체계 개편을 위해선 법적 토대 마련과 더불어 실제 납부를 위한 전산 시스템도 고쳐야 한다. 정 실장은 “올해 관련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까지는 2년의 시간이 있어 그동안 시행령과 시행 규칙 등을 손질하고, 국세청은 관련 전산 개발과 내부 지침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납세 기준이 피상속인 1명에서 유산을 받는 여러 명의 상속인으로 바뀌는 만큼 고려해야 할 부분도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국세청 관계자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처럼 새로운 세금이 만들어지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변화”라며 “정보화전략계획(ISP)을 통해 예산 확보와 인력 증원, 관련 전산 구축 등을 준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유산취득세가 시행되면 2조원 이상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자녀 공제 확대(1조 7000억원) 효과에 더해 상속자들이 나눠 갖는 금액에 따라 더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분할’ 효과를 고려한 것이다.
정부가 유산취득세 전환을 들고 나오자 야당은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여야가 최근 기존 상속세 제도 하에서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배우자 상속제 폐지 등에 합의하며 논의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정부가 유산취득세라는 새로운 틀 제시로 ‘판 흔들기’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지난 2년간의 세수 결손, 최근의 경기 악화 상황을 고려하면 발표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안 의원은 “지난 2년간 90조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에 이어 또 큰 폭의 세수 감소를 수반하는 정책 발표는 무책임한 재정 운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임광현 의원도 “경기 침체 상황에서 조기 대선을 의식한 유산취득세 개편안을 내놓는 대신 추가경정예산안(추경)부터 현실적으로 제안하라”고 질타했다.
전문가들은 세제 합리화라는 측면에는 공감했지만, 세수 감소가 우려되는 만큼 다른 세목들과의 조정 등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낡은 상속세를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과는 별개로, 다른 세목을 조정해 유산취득세 개편으로 줄어들 세수를 보충하는 등 전체적인 조세 정책의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