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부산고법 형사2부(판사 이재욱)는 “사회로부터 격리된 채 잘못을 참회하고 유족에게 속죄하게 하는 것이 맞다”며 사형이 아닌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무기징역형 선고와 함께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당시 재판부는 검찰이 구형한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 “사형은 생명을 박탈하는 냉엄한 형벌로 극히 예외적으로 행해져야 한다”며 “직업, 나이, 교육 정도, 가족 관계, 범행 동기, 사전계획 유무, 범행 수단과 방법, 결과의 중대성 등을 철저하게 심리해 사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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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2023년 5월 24일 피해자와 대화를 나눴고, 그가 “거리가 멀다”며 과외를 거절하자, “아이를 선생님 댁으로 보내겠으니 상담해달라”며 요청했다. 그 전까지 둘은 일면식도 없었다고 한다.
그해 5월 26일 정 씨는 중고앱에서 산 교복을 입고 피해자의 집을 방문했다. 그가 혼자인 것을 확인하곤 교복 속에 숨긴 흉기로 찔렀다. 이날 오후 5시 30분쯤 피해자 집을 나와 마트에 들러 시신을 처리할 큰 비닐봉지와 세제, 훼손 도구 등을 샀다. 자신의 집에 들러 시신을 담을 여행용 가방을 챙기기도 했다. 다시 피해자의 집으로 돌아온 정 씨는 시신을 훼손했고, 일부를 가방에 담은 후, 피해자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자정쯤 정 씨는 시신을 유기하기 위해 가방을 들고 피해자의 집을 나섰다. 27일 오전 3시쯤 택시를 탔고, 자신이 평소 산책하던 경남 양산 낙동강변 풀숲에 시체를 버렸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휴대폰과 신분증, 지갑 등은 따로 챙겼다. 마치 실종된 것처럼 보이려고 한 것이다.
이와 관련 범죄 심리 전문가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정유정의 목적이 단지 살인이었다면, 피해자의 옷으로 갈아입고, 신분증과 휴대폰, 지갑을 챙기는 등 완전 범죄와는 거리가 먼 행동을 했을 것 같지 않다”며 “살인 이유가 평상시 자기가 열등감이 있었던 ‘영어를 잘하는 명문대생’이라는 것을 충족하기 위해서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5월 27일 오전 3시 15분 “여행용 가방을 끌고 풀숲으로 들어가는 수상한 여성이 있다”는 택시 기사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이때부터 그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했다.
경찰이 여행용 가방에 혈흔이 묻은 것을 보고 추궁하자 그는 “하혈을 했다”며 복통을 호소했다. 경찰은 그를 병원에 데려가 산부인과 검사를 했지만, 하혈은 거짓이었다. 그는 “피해자의 집에 도착했을 때 누군가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다. 피해자의 신분으로 살게 해줄 테니 나에게 시신을 유기해달라고 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경찰이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범행 추정 시각을 전후로 피해자 집을 드나든 사람은 정 씨가 유일했다.
경찰이 추궁하자 그는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다시 진술을 바꿨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합격했는데 환경이 여의치 않아 진학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모두 거짓말로 판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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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 진단검사는 ‘병적인 거짓말’ ‘과도한 자존감’ 등의 20개 문항을 전문가가 직접 검사자를 보고 채점해 점수를 매긴다. 총 40점 만점으로, 25점 이상일 때 사이코패스로 간주한다. 일반인은 15점 안팎이 나온다고 한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 심리로 열린 1심 재판부는 “원한도 사지 않고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한 만큼 엄중히 처벌할 사정이 충분하다”고 했다. 또 “20여 차례 반성문 대부분이 자신의 불행한 처지를 호소한 내용이고 범행을 뉘우친다고는 했지만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다만 “사회로부터 격리된 채 잘못을 참회하고 유족에게 속죄하게 하는 것이 맞다”며 사형이 아닌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무기징역형 선고와 함께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2심에서도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2024년 3월 27일 부산고법 형사2부(판사 이재욱)는 죄질이 나쁘다면서도 △ 사형은 극히 예외적으로 행해져야 한다 △ 정유정은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 △ 개선이나 교화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기징역형을 유지했다.
정 씨는 이번에도 ‘형이 무겁다’며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