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X

“도박 어떻게 끊죠?” 중독에 출구 못 찾는 청소년들

이영민 기자I 2025.04.14 05:50:00

■경찰청·이데일리 공동 연중기획 '청소년 도박 뿌리뽑자'
도박 피해 겪어도 대부분 혼자서 '끙끙'
도박 피해 줄일 대응교육은 찾기 어려워
교내 생활지도와 외부기관 연계 강화해야

[이데일리 이영민 정윤지 기자] “선생님은 그냥 하지 말라는 말만 해요.”

이데일리가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실제로 만나본 결과 도박에 빠진 학생들이 뒤늦게 늪에서 빠져나오려 해도 그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교사들 역시 이 사안에 대해 제대로 된 대응 방안을 몰라 그저 하지 말라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중독’이라는 특성상 전문적인 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사진=게티이미지)
최근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예치원)이 공개한 ‘2024년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에 다니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청소년 1만 2000명 중 27.3%는 친구의 도박 행위를 보거나 들었다고 답했다. 10대 4명 중 1명이 직·간접적으로 도박을 경험한 셈이다. 이때 과반수(56.2%)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주변 사람의 도박으로 피해를 겪은 경우(264명)에는 ‘개인적으로 행동’(38.1%)하는 사례가 가장 많았고 ‘가만히 있었음’(37.5%)이 뒤를 이었다. 학생들 대부분이 도박을 경험한 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제대로 된 문제 해결 과정을 본 적도 없다는 게 학생들의 목소리였다. 실제 지난해 친구들을 따라서 도박 게임을 시작했다가 중독 수준까지 갔었다는 고등학교 1학년 정모군은 “선생님한테도 걸려서 혼나긴 했는데 크게 혼나지는 않았고 그냥 주의를 주는 정도였다”며 “주변에 심한 애들도 선생님들이 심하게 혼냈다는 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인 A군은 “학교에서 동영상으로 도박예방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도 “그냥 영상을 틀어주고 안 볼 애들은 잠을 잤다”고 말했다. 주변에 도움을 청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학교에 알려지면 문제가 될 것 같아서 몰래 했다”고 답했다.

현직 교사들 역시 체계적인 도박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서울 소재 사립학교에서 상담교사로 근무하는 박동현씨는 “휴대전화 중독이나 교권침해는 학내 규정이 많이 정리됐지만 도박은 그렇지 못 했다”며 “(도박예방을) 약속하고 잘 지킬 수 있게 1년간 관찰해야 하는데 단순히 도박을 예방하라고만 하면 아이들이 가볍게 여길 수 있기 때문에 학내 원칙과 절차를 세워 공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기도의 또 다른 상담교사는 “결국 일부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들의 스트레스와 충동성 관리가 핵심”이라며 “충동성을 억제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후 대응에서 외부기관과의 연계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학교가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예방교육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도박 중독이나 위험에 노출된 이들은 예방 교육과 대처법을 습득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가 많다”며 “도박은 예방 교육이라는 접근을 넘어서 보건소나 정신건강센터 등 외부기관에서 제공하는 중독 치료까지 폭넓게 연계되는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배너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