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찾은 대전 대덕구에 있는 유한킴벌리 대전공장. 유한킴벌리의 기저귀 생산설비가 오전 8시부터 멈춰선 채 3시간이 넘도록 제품을 만들지 않고 있었다. 생산시설을 책임지는 공정 엔지니어 장재원 대전유아용품 생산1팀 과장이 갓 나온 시제품을 반사판 위에 펼치고 꼼꼼하게 검수한 뒤 곧 제품을 폐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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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과장의 ‘오케이’(OK) 사인이 떨어지면서 오전 11시30분을 지나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한다. 유한킴벌리는 약 2개월에 한 차례씩 일명 ‘미숙아’라고 불리는 이른둥이들을 위해 전용 기저귀를 만든다. 한 번에 대략 20만개 가량의 기저귀를 만들어내는데 이들 대부분은 이른둥이들이 크고 있는 병원의 NICU로 보내진다.
이른둥이 기저귀는 ‘생산성’ 측면에서 보자면 기업에 부담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기저귀들은 들어가는 부속 재료를 조정하는 과정인 ‘체인지오버’에 1시간30분 가량 걸리지만 이른둥이 기저귀는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제품 크기가 작아 생산 속도도 일반 제품의 70% 수준이다. 이렇게 생산한 제품도 대부분은 ‘비매품’이다.
장 과장은 “이른둥이들은 움직임이 적고 피부가 연약하기 때문에 매직벨트 모양 등이 달라 전용 설비를 사용해야 한다”라며 “이른둥이 기저귀 생산 준비에는 다른 제품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이른둥이를 기르면서 기저귀 생산에 대한 자부심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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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둥이는 평균 임신기간보다 빠른 37주 미만에 태어나거나 출생 당시 체중이 2.5㎏ 이하로 태어나는 신생아를 뜻한다. 지난 2009년 5% 내외로 추정되던 이른둥이 출생 비율은 2022년 기준 9.8%까지 늘었다. 이른둥이 시장 수요가 일반 신생아 10분의 1수준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한킴벌리의 이른둥이 기저귀 생산은 지난 2011년 한 간호사의 메일로 시작했다. 당시 간호사가 국내 기저귀 업체 1위인 유한킴벌리에 제품 생산을 요청했고 제품 필요성을 확인한 유한킴벌리는 3년간 340곳이 넘는 산부인과를 조사해 2014년 첫 제품을 개발했다. 기존 설비를 활용해 가장 작게 만든 제품이었지만 여전히 이른둥이에게는 충분하지 않았다. 결국 별도의 설비 투자를 단행해 2017년 지금의 제품을 만들어냈다.
유한킴벌리는 이른둥이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종합병원 및 대학병원 NICU에 이른둥이 기저귀를 무상지원했다. 유한킴벌리 자사몰 ‘맘큐’를 통해서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렇게 누적 기부된 이른둥이 기저귀가 지난해까지 누적 585만 7950패드로 올해 600만패드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활용해 건강하게 성장한 아이들도 4만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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