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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절은 러시아 최대 국경일로, 올해는 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을 기념하는 열병식이 열린다. 이에 따라 시 주석과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등 많은 아시아 지도자들을 초대했다고 러시아 크렘린궁은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참석자 명단은 추후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소 12개국 이상의 정상들이 모스크바에 모일 것으로 보인다고 SCMP는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향후 몇 달 내에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전망되며, 그 시기가 전승절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음 달 9일 북·중·러 지도자들이 러시아에서 회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전승절 참석 가능성은 지난해 말부터 불거졌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평양을 깜짝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을 모스크바로 초청했기 때문이다. 이에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 달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준비를 논의했으며, 현재 이에 대한 준비가 진행 중이라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김 위원장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초청은 “유효하며, 현재 외교 채널을 통해 조율 중”이라면서도 “공식 발표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식적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한 적은 없지만, 2019년과 2023년 전용 열차를 타고 러시아 극동 지역을 방문한 바 있다.
SCMP는 “만약 김 위원장이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함께 단상에 오른다면, 이는 세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동반 등장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압박에 맞서는 강력한 연대 및 도전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극동연방대학교 아르템 루킨 교수도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다수 국가 정상들이 참석하는 다자 국제행사에 참여한 적이 없는 만큼, 김 위원장이 5월 9일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게 된다면 이는 북한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 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도 큰 외교적 성과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SCMP는 다만 “북한이 러시아와의 밀착을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게 되지만, 중국 입장에선 외교적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이 러시아와 점점 더 가까워지는 상황이 중국 입장에선 곤란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김 위원장이 모스크바 방문시 어떤 수단을 이용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북한이 모스크바까지 갈 수 있는 전용 항공기가 없어서다.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이 2001년 모스크바를 방문할 때엔 23일 동안 열차를 타고 이동했다.
러시아가 항공편을 제공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과거 시 주석을 만나기 위해 대련을 방문했을 때에도 중국 항공기를 빌려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