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재판관 선출 및 지명 과정에서 반복되는 논란들은 헌재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단순히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현행 헌법재판관 구성 방식의 구조적 한계와 정치적 취약성에서 비롯된다고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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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111조에 따르면 헌법재판관 9명은 대통령 임명 3인, 국회 선출 3인, 대법원장 지명 3인으로 구성한다. 이는 입법·행정·사법 3권 분립의 정신을 반영해 권력기관 간 균형을 도모하려는 취지로 설계됐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헌법 전문가들은 이 ‘3·3·3 구조’가 특정 정치권력의 영향력 확대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대통령 소속 정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여대야소’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3명 외에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을 통해 지명되는 3명에게까지 간접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정권의 성향이 재판관 구성에 과도하게 반영될 경우, 결정의 이념적 균형이 무너지고 헌재 본연의 권력 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법원장 지명권’ 독립성 간접 침해 우려
특히 대법원장 지명 몫 3명은 민주적 정당성 측면에서 지속적인 비판의 대상이 돼왔다.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은 지난 2018년 헌재가 발간한 헌법논총에서 “국민의 직접 선출 과정을 거치지 않는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 3명을 지명하는 구조는 국민의 의사가 반영된 선출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과대 명예교수는 지난 2023년 논문을 통해 2018년 당시 대법원이 헌법재판관 후보추천위원회를 도입했지만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문 기구에 그치고 최종 지명권은 여전히 대법원장에게 있어 실질적인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더욱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원장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구조가 헌재의 독립성을 간접적으로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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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선출 몫 3명 역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재판관 선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법제화된 절차 없이 원내 정당 간의 정치적 협상이나 관행에 따라 인선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지난해 국회가 재판관 선출을 미루면서 헌재는 잠시나마 ‘6인 체제’로 운영되기도 했다. 여야 대치 상황에서 후임자 선출이 지연될 경우 헌재 운영에 공백을 초래하는 등 헌재 구성이 정치적 교착 상태에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현행법상 6년 임기 후 연임이 가능한 조항도 헌법재판관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재판관이 연임을 염두에 두고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연임 사례는 드물지만 연임 가능성 자체가 재판관의 소신 있는 직무 수행에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연임이 재판관의 전문성과 경험을 축적해 심판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구성 방식 개혁해야”…다양한 대안 제시
학계에서는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구성 방식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강국 전 헌재소장과 김도협 대진대 공공인재법학과 교수 등은 민주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 대법원장 지명권을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회가 헌법개정 논의를 주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회의장 자문기구로 2008년 발족했던 헌법연구자문위원회 등은 헌법재판관 선임과 관련한 연구에서 국회가 재판관 9명 전원 또는 6명을 선출하되, 정치적 중립성과 합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재적의원 3분의 2 동의와 같은 가중된 요건을 두는 방식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에서 양당 간 합의가 어려운 가중정족수 요건이 오히려 정치적 교착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도 있다.
또한, 국회 선출 과정에서 소수 정당의 추천권을 보장하여 다양성을 확보하자는 제안, (대법원장 지명권을 유지할 경우) 후보추천위원회를 법제화하고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자는 의견 등도 있다. 정치적 공백을 막기 위해 독일처럼 일정 기간 내 선출이 안 될 경우 대안적 임명 절차를 마련하는 방안 등 제도적 보완 장치 마련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이와 함께 △연임 불가능한 단임제 도입 △재판관 자격을 법학교수 등으로 확대해 전문성과 다양성 확보 △재판관 정수, 임기, 선출 방식 등 핵심 사항의 헌법 명문화 등도 주요 개선 과제로 논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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