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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면 오히려 불리”…美관세 협상 ‘신중 모드’

김형욱 기자I 2025.04.07 05:00:00

통상본부장, USTR 대표 면담일정 조율
경쟁국 협상 따라 유불리 갈릴 수 있고,
베트남 등 韓기업 생산거점 피해 우려도
한일중 회담 등 주변국 공동대응도 모색

[이데일리 김형욱 하상렬 서대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부과를 현실화한 가운데, 우리 정부도 곧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파견해 협상에 착수한다.

다만, 빠른 관세 인하에 매달려 결과를 서두른다면 오히려 경쟁국 대비 불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미국 내 정책 변화와 주요국 대미 협상 동향을 살피며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모양새다.

정인교(오른쪽부터)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 3월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USTR 회의실에서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6일 산업부에 따르면 정 본부장은 카운터 파트너인 재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의 면담 일정을 잡는 등 본격적인 대미 협상 준비에 착수했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았으나 1~2주 이내에 만남이 이뤄질 전망이다.

협상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당장 현지 기준으로 5일과 9일 양일에 걸쳐 반도체와 의약품을 뺀 거의 모든 품목에 25% 관세가 부과되지만, 그 이전에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 이번 조치에 앞서 매월 미국을 찾았던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아직 공식 방미 계획을 잡지 않고 있다.

협상을 서두르는 게 결과적으로는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조치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 만큼, 우리가 관세를 일부 낮추더라도 일본이나 유럽연합(EU) 등 경쟁국이 우리보다 더 좋은 협상 결과를 낸다면 우리에겐 손해다. 자칫 미국이 요구하는 농업·디지털 부문 추가 개방 같은 비관세 장벽에서 패만 내놓은 채 경쟁국 대비 불리한 결과를 받게 될 수 있다. 지난 4일의 대통령 탄핵과 그에 따른 조기 대선 정국으로 어차피 당분간은 미국과의 협상을 주도할 리더십도 약화한 상황이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세계 각국 정상이 앞서 정상회담을 했지만 결국 이번 관세 조치를 피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총리·장관급 협상단을 꾸려 실효 있는 결과를 가져오는 전략을 세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우리만 관세를 피해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점도 당국이 신중한 배경으로 꼽힌다. 우리보다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은 베트남·인도는 한국 기업의 주요 생산 거점이다. 거점 이전 등 근본적인 대책에는 큰 비용과 시간이 드는 만큼 당분간은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통상 당국은 이 같은 복합적 요인을 고려해가며 신중히 협상에 임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54%의 추가 관세를 맞게 된 중국은 미국에 대해 34%의 보복 관세를 결정했다. 또 유럽연합(EU)은 미국 소셜 미디어 플랫폼 엑스(X)에 허위·불법콘텐츠 방지 확산 의무 미준수를 이유로 10억달러(약 1조 4000억원)의 벌금 부과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베트남은 미국산 관세율 인하 의사를 밝히며 대미 협상에 포문을 연 상황이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통상전략실 연구위원은 “미국이 지적하고 있는 비관세 장벽은 국내 안보·정치 상황과 맞물려 쉽게 풀 수 없는 문제인 만큼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가 먼저 대응에 나서 끌려가는 상황이 되는 것보다는 다른 나라의 협상 추이를 본 후 정확히 대비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우선 이번 조치에 따른 피해기업 지원과 함께 같은 입장에 놓인 주변국과의 접점을 넓혀가며 미국과의 협상에 임한다. 안덕근 장관은 미국 관세 조치가 이뤄지기 직전인 지난달 30일 5년 만에 일본·중국 통상장관과 함께 만나 통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또 7일 미국으로부터 고율 관세를 부과받은 필리핀 측과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최근 미국 의회에선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동맹을 가리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우방인 한국·일본을 중국과 손잡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안덕근(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3차 한·일·중 경제통상장관회의에 앞서 무토 요지(왼쪽) 일본 경제산업성 대신, 왕원타오(오른쪽) 중국 상무부 부장을 비롯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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