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비만약, 2막 열린다
18일 일라이 릴리에 따르면 저분자화합물 기반 경구용 GLP-1 신약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이 임상 3상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유효성 및 주사용 GLP-1과 일치하는 안전성을 입증했다. 당화혈색소는 1.3~1.6% 감소했고, 36㎎ 복용군에서 환자들의 체중은 평균 7.3㎏(7.9%) 줄었다. 일라이 릴리는 연말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오포글리프론을 비만약으로 품목허가를 신청하겠다는 계획이다.
GLP-1은 음식을 먹었을 때, 혈당이 올라갔을 때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뇌의 포만중추를 자극해 식욕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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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분자화합물은 생산비용이 저렴하고 반감기가 길며 경구용 약으로의 개발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소화기를 거치면서 대부분 분해되기 때문에 경구용 약으로의 개발이 어려운 펩타이드 기반 신약과는 다른 특징이다.
이 같은 이점 때문에 최근까지 FDA가 승인한 신약 가운데 상당수가 저분자화합물이었다. 그럼에도 GLP-1 비만약에서 저분자화합물 신약 개발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개발이 어려워서였다. GLP-1 수용체작용제는 저분자화합물 의약품 중에서도 분자량이 크고 구조도 복잡해 합성이 쉽지 않다. 일라이 릴리는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해 저분자화합물 GLP-1 비만약의 개발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로이터는 지난 2월 일라이 릴리가 당시 기준으로 아직 임상 3상이 끝나지 않은 오포글리프론의 재고를 5억5000만 달러(약 7800억원) 규모로 축적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저분자화합물 GLP-1 의약품이 펩타이드 GLP-1 의약품보다 재고 축적이 쉽다는 것을 방증함과 동시에 일찌감치 일라이 릴리가 3상 성공을 예견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처럼 펩타이드 GLP-1의 지속적인 공급 부족 이슈를 오포글리프론과 같은 저분자화합물 GLP-1이 해결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릴리보다 싸고 효능은 좋게”
이번에 임상 3상에 성공한 오포글리프론을 제외하곤 화이자의 ‘다누글리프론’이 가장 앞선 저분자화합물 GLP-1이었다. 하지만 화이자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부작용 문제로 임상 개발 중단을 공표하면서 임상 1상 단계에 있는 물질들이 선두그룹에 서게 됐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중국 에코진에서 도입한 ECC5004(임상 1상 종료) △로슈의 CT-996(임상 1상 종료)와 더불어 국내사 중에는 △일동제약그룹 신약개발사 유노비아 ID110521156(임상 1상 진행 중)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한미약품(128940) 등도 저분자화합물 GLP-1 경구약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디스커버리 단계에 있다.
업계에서는 먼저 상용화된 저분자화합물 GLP-1이 시장을 장악하기보다 위고비가 그랬듯 시장의 규칙을 바꾸면서 전체 크기를 키워나갈 것으로 본다. 오포글리프론의 후발주자라 하더라도 충분히 시장에서 유의미한 매출을 낼 수 있을 거라는 얘기다. 펩타이드 주사제는 체중을 빠르게 줄이는 데 집중하고, 경구약은 펩타이드 주사제로 뺀 체중을 요요현상 없이 유지하며 염증수치를 낮추는 용도로 서로 다른 시장을 형성해 갈 수 있다. 여기에 오포글리프론이 아직 ‘완성형 저분자화합물 GLP-1 신약’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자 커뮤니티에서 오포글리프론이 생각보다는 생산단가를 많이 낮추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GLP-1 수용체작용제를 저분자화합물로 만드는 것이 워낙 복잡하다 보니 단가를 크게 낮추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포글리프론보다 간단한 구조로 만들어 생산단가를 크게 낮추거나 체중감소 효과가 좋고 근육 감소 부작용이 적다면 후발주자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노비아가 노리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앞서 ID110521156의 임상 1상 단회용량시험(SAD)과 더불어 지난해에는 다중용량상승시험(MAD)을 개시했다. 현재 복수의 글로벌 회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동제약그룹 관계자는 “여러 글로벌 회사들로부터 상업화를 위한 파트너십 문의와 제안 등을 받은 상태로, 현재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현재 MAD를 진행 중이며 반복투여 코호트 중 투약이 완료된 군을 제외하고 나머지 코호트에 대한 투약도 개시됐다. 반복 투여 임상에서 체중과의 상관성, 위장관계 부작용 여부 등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데이터가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