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손꼽아 기다리던 연금개혁이 국회 문턱을 넘자 한 연금학자는 이같이 말했다. 오랜 시간 첨예하게 대립해온 쟁점이 급작스럽게 합의됐다는 믿기지 않는 상황과 지금이라도 되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3차 연금개혁이 시작된 지는 2년 반이나 됐다. 전 정부의 연금개혁 불발을 비난해온 현 정부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연금개혁을 꼽았지만 정작 진도는 제대로 나가지 않았다. 될 듯 되지 않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내는 돈(연금요율) 13% 인상과 받는 돈(소득대체율) 43~44% 인상 등을 골자로 한 모수개혁은 1년 가까이 압축 논의했지만 여야 이견은 평행선을 달렸다. 여기에 계엄과 탄핵이라는 엄중한 상황은 개혁의 동력까지 떨어뜨렸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흘렀고 하루 885억원, 연간 32조원씩 적자가 쌓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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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냉랭함이 감돌던 국회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정오쯤 여야는 개혁안 합의를 선언했고 이후 국회 상임위원회, 법사위, 본회의를 잇따라 열고 연금개혁안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2007년 2차 개혁 이후 18년만에 이룬 성과였다. 이번 개혁이 이뤄지면서 누적 적자는 6973조원 정도 줄어 고갈시점이 2071년으로 최대 15년 미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부분과 소득 비례부분이 나뉜 것을 소득비례연금으로 개편하는 논의도 해야 한다. 퇴직연금은 점진적으로 의무화하고 연금기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개인연금은 세제 인센티브를 통해서 연금기능의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한국연구개발원(KDI)가 이슈화한 확정급여방식(DB)의 확정기여방식(DC) 전환 또한 논의해야 한다.
이번에 논의하다 중단한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논의 과제다. 이 제도는 연금가입자수와 수명 상승에 맞춰 자동으로 연금액 상승률을 낮추는 제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 회원국이 시행 중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추후 논의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국회는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를 올해 말까지 운영하면서 다시 한번 합의를 통해 연금개혁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작은 한 걸음을 합의를 통해 내디뎠다는 성과를 밑거름 삼는다면 큰 걸음도 못 내디딜 리 없다. 세대 간 갈등, 같은 세대 내 갈등을 넘어 화합과 희망의 연금개혁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