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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 이어 최근 들어 세컨더리 수요는 더 높아졌다. 유럽 증시에 상장하는 기업이 줄어들었고, 설령 상장하더라도 유동성 부족으로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다보니 ‘묵직한 한방’을 노리는 시대가 저문 것이다. 이에 현지 투자사들은 수차례에 걸쳐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에게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을 택하는 모습이다.
현지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최근 유럽 투자사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양상은 바로 세컨더리”라며 “시드 단계 스타트업에 최대한 많이 투자한 후 시리즈A와 B단계에 걸쳐 다른 투자사에 구주를 매각하는 전략을 택하는 곳이 많아졌다. 후기 단계에서 지분을 사들이는 입장에서도 신주 대비 구주가 더 저렴하기 때문에 서로가 윈-윈(win-win)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럽의 초기 단계 스타트업들은 지난해 글로벌 투자사들로부터 높은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자금을 조달했다.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서는 벤처성장 단계를 제외한 모든 단계에서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중간값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특히 프리시드 단계의 상승폭이 가장 컸는데, 관련 스타트업들이 인정받은 기업가치 중간값은 2023년 대비 42% 증가한 370만유로(약 59억원)를 기록했다. 극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자금을 최대한 뿌린 후 향후 투자 라운드에서 단계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고려한 움직임이다.
유럽 세컨더리 시장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면서 세컨더리 투자를 위한 전용 펀드도 속속 조성되고 있다. 가장 최근 펀드 조성 계획을 밝힌 곳은 영국 LTC인베스트로, 회사는 글로벌 테크 기업 임직원들이 보유한 자사주 등을 매입하기 위해 2억 5000만달러(약 3633억원) 규모의 세컨더리 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영국 기반의 이소마캐피털은 지난해 상반기 1억유로(약 1586억원) 규모의 세컨더리 전용 펀드를 결성했다. 회사는 해당 펀드로 엔젤투자자와 창업자, 임직원 보유 지분을 인수한다는 계획 아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