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인조반정 1등 공신인 충정공 이귀는 연안 이씨 집안의 술을 임금께 진상했다. 원래 궁중술이던 ‘백일주’ 빚는 법을 전수받았는데 오히려 이씨 집안에서 빚은 술맛이 궁중의 것보다 좋았다. 연안 이씨 집안 ‘백일주’가 탄생한 배경이다.
백일주는 15대가 가업을 이으면서 400여년을 이어왔다. 이성우 계룡백일주 대표는 이귀의 15대손으로 고등학교 시절부터 어머니를 도와 누룩을 밟고 술밥찌는 일을 도우면서 명인의 반열에 올랐다. 원래 대기업을 다녔지만 가업의 맥을 이어야 한다는 어머니의 간곡한 요청에 고향 충남 공주로 내려왔다.
백일주는 원래 며느리들을 통해 계승됐다. 이 대표의 모친 지복남 명인이 1989년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7호 보유자로 지정되면서 백일주는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이때 ‘백일주’라는 다소 심심한 이름도 계룡산을 덧대 ‘계룡백일주’로 새롭게 명명했다.
이 대표는 1993년 제조장을 짓고 본격적으로 전통주 사업에 나섰다. 약주와 증류주를 생산하고 있는데 해외의 위스키 버금가는 전통주로 키워내려는 것이 이 대표의 꿈이다. 올해 추석을 앞두고 25년산 계룡백일주를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도 20년산 계룡백일주가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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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밑술에 계절에 따른 재료를 넣으면 맛과 향이 다채로워진다. 계룡백일주는 사계절에 따라 재료가 바뀐다. 봄에는 진달래, 늦여름에는 오미자, 늦가을엔 황국, 겨울에는 솔잎을 재료로 빚는다.
계룡백일주는 16도 약주와 30도, 40도의 증류주로 생산된다. 맑은 담황색의 술로 한식, 일식 등과 페어링하기 좋다. 생갈비구이, 쪽갈비구이, 호두곶감말이 등과도 궁합이 좋은 술이다.
이 대표는 한국의 전통주의 고급화를 꿈꾸고 있다. 25년 숙성한 계룡백일주를 내놓는 것도 고급화의 일환이다. 계룡백일주 20년산은 모친 때부터 저장을 시작해 인고의 세월을 거친 명품이다. 세계의 유명 양주와 견줄 한국 전통주라는 자부심도 있다.
이 대표는 “30년이 넘게 술을 빚으면서 품질 향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앞으로 체험과 실습, 시음 등을 모두 할 수 있는 계룡백일주 체험관을 완비해 널리 홍보하고 전통주의 품질향상과 고급화에 지속적으로 심혈을 기울여 한국 전통명주의 기상을 세우겠다”라고 말했다.